"영어수업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
정부의 영어 공교육 강화 방침에 맞춰 새로운 영어수업법을 시도하는 학교들이 늘고 있다. 단순히 영어 수업시간을 늘리는 것에서 벗어나 학부모 대상 영어교실을 운영하는가 하면 방과 후 학교 시간에 일부 과목을 영어로 진행하고 있다. 또 영어 인증 테스트를 통해 학생들에게 학습 동기를 심어주는 학교도 있다.
◆부모부터 영어 공부
대구 동구 신암3동 동대구초교의 한 교실. 20여명의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영어로 진행하는 영어 수업이 한창이다. 주영주(28·여) 영어교사가 "Pay attention, please.(주목해 주세요)"를 외치자 수다 떨던 학부모들은 이내 진지한 표정으로 바뀐다. 주 교사는 영어로 수업을 진행하면서 간간이 우리말로 설명을 한다.
다소 유치(?)한 게임을 시작하자 학부모들은 마치 소녀들처럼 웃음꽃을 피운다. 자녀 2명을 이 학교에 보낸다는 정주영(37·여·대구 동구 신암3동)씨는 갓난아이를 업은 채 수업에 열중이다. 정씨는 "아이들 수업시간이 궁금해 참가했는데 일부 재미난 표현이나 게임은 집에서 직접 해보고 있다"며 "마치 학창시절로 되돌아간 듯 설렌다"고 말했다. 주 교사도 "부모님들의 호응도 좋고 여러가지 보완책이나 의견도 많이 내놓고 있어 수업을 해도 피곤한지 모르겠다"고 했다.
동대구초교는 지난 8일부터 1주일에 한차례 방과 후에 학생이 아닌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영어수업을 하고 있다. 이름하여 'Hello, Mom!'. 특히 어릴 때부터 영어에 자주 노출될수록 학생들의 영어 능력이 좋아진다는 점에 착안, 가정에서의 '영어 생활화'를 위해 학부모들을 학교로 부른 것이다. 황영애 교감은 "엄마들이 집에서 아이들과 간단한 생활 영어로 대화할 수 있고 게임을 통해 영어를 공부가 아닌 생활 언어로 즐길 수 있도록 수업을 진행 중"이라고 했다.
◆방과 후 활동도 영어로 진행
경복중(대구 남구 봉덕3동)은 올해부터 방과 후 학교 시간에 과학과 지리, 토론, 미술역사, 작문 등 5개 과목 시간에 원어민 강사를 초청해 영어 수업을 하고 있다. 협성교육재단과 미군 캠프워커 소속의 아메리칸 스쿨이 협정을 맺어 스쿨 강사가 직접 학교에 찾아와 수업을 하고 있는 것. 더욱이 희망하는 학생 20여명을 A, B반으로 나눠 화~목요일까지 매일 2시간씩 수준별 수업을 하다 보니 반응이 좋다. 신동열 교사는 "방과 후 영어 몰입수업으로 학생들이 굳이 사설학원을 가지 않더라도 영어 공부를 집중적으로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구남중(대구 달서구 두류1동)도 3월 말부터 매주 월요일 2학년 중 희망 학생을 대상으로 '영어로 가르치는 수학, 과학'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이동휘 교사는 "학생들이 미리 배운 내용을 영어로 진행함으로써 학생들 이해도도 높이고 동기유발도 시킬 수 있다"고 했다.
◆인증 테스트 '실험'
옥포초교(대구 달성군 옥포면)는 최근 '옥포 생활영어 능력 테스트(OELT)'를 개발해 희망 학생들에게 나눠줬다. 이 테스트는 1급부터 10급까지 급수별로 교과서 중심의 생활영어를 뽑은 것. 학생들은 이를 자발적으로 공부해 연말쯤 인증 시험을 치를 예정이다. 이를 통해 급수를 올려주는 한편 학교에선 인증 배지 등을 준다는 계획이다. 이 테스트를 개발한 전은조(36·여) 교사는 "학생들이 토익이나 텝스처럼 인증 시험을 치러 자신의 실력을 테스트하고 급수를 받아 실력 향상의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밝혔다.
현풍고(대구 달성군 현풍면)는 올해부터 영어 정규수업 중 1시간을 토익수업으로 대체했다. 학년에 따라 수준별로 8개로 반을 편성해 토익 공부를 시키고 있는 것. 토익 수업은 원어민 강사와 영어 교사 2명이 함께 진행하고 있다. 학생들은 한학기에 한차례 토익 시험을 치르고 성적에 따라 상급반으로 올라갈 수 있다. 조진섭 교사는 "기존 영어수업으로는 말하기나 쓰기 등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토익을 가르쳐 영어 구사력을 높이기 위해 프로그램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 다른 교과목을 영어로 진행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현재 방과 후 학교 시간에 과학과 수학을 영어로 진행하고 있는 구남중 이동휘 교사는 무엇보다 교재 개발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사는 "보통 영어 외 과목의 경우 영어로 된 교재가 잘 없기 때문에 원서를 많이 사용하지만 원서의 경우 비싼데다 교육과정이 우리나라와 많이 다르다"고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해당 과목 교사들과의 협력 체계가 필요하다는 것. 교재를 개발할 때 수시로 해당 과목의 교사와 머리를 맞대고 핵심 내용을 추려내야 한다는 것이다.
무조건 다른 과목을 영어로 진행하는 것이 어렵다는 생각도 버려야 한다. 이 교사는 "과학의 경우, 과학적 사고력과 자료 분석이 중요한데 학생들에게 영어로 이해시키는 것은 상당히 긍정적"이라고 했다. 일부 어려운 용어가 오히려 영어로 설명함으로써 학생들의 이해를 높일 수 있다는 것.
학생들이 공부한 내용을 가르치는 것도 하나의 방법. 이 교사는 "2학년을 대상으로 수업 중인데 1학년 때 학생들이 배운 내용을 영어로 가르치면 복습 효과와 영어 습득이란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사는 "앞으로 영어 몰입수업과 관련해 해당 교사들의 연구 모임이 생기면 영어 몰입수업에 대한 인식과 발전이 더욱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전창훈기자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이재명, 민주당 충청 경선서 88.15%로 압승…김동연 2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