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때 내 단짝친구 민이는 엄마가 일찍 돌아가셨지만 늘 밝고 활발한 문학소녀였다. 글 쓰기, 책읽기, 편지 쓰기를 좋아했던 민이는 또래 친구들보다 의젓했고, 가사실습시간엔 항상 일을 앞서서 도맡아 할 정도로 엄마 같은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주던 친구다.
지금은 두 아이의 엄마, 국어를 가르치는 학원선생님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면서도 항상 잊지 않고 전화로 안부를 묻곤 한다.
가끔씩 맛있는 반찬을 별미로 만들었다며 택배로 부쳐주고 생일마다 편지를 보내는 정 많은 아이. 몇 주전에 연락 왔을 때 몸이 많이 안 좋다 했더니 대구에서 포항까지 달려와 설거지며 청소며 죽까지 끓여주던 내 친구다.
엄마의 정을 받지 못하고 자란 만큼 더 주위 친구들이나 얘기들에게 잘해주는 모습을 보고 한편으로는 마음이 쓰라릴 때가 있다.
난 항상 받기만 하고 뭔가 해 줄 것도 없고 해서, 글 솜씨도 발휘하고 추억도 만들어 보라며 매일신문 독자카페를 권했더니 컴맹인 내 친구 메일주소도 없단다. 내 메일주소를 빌려주고 글 싣는 방법을 알려줬더니 지난주 신문에 글이 실렸다며 연락이 와 한턱 쏘겠단다.
인터넷, 문자 메시지, 싸이월드,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정말로 시골 아줌마, 우리네 엄마들을 보는 느낌이 나지만 어쩌면 그게 더 인간미 넘쳐 보인다.
가끔씩 '우리가 전생에 모녀지간이었을까?' 이야기하며 깔깔댄 적이 많다. 몸이 약해 잘 아픈 나로서는 항상 엄마같이 언니같이 옆에서 신경 써주며 보살펴주는 친구가 있어 너무 행복하다.
"민아, 항상 고맙다. 귀여운 얘기들 잘 키우고 행복해라."
김주연(포항시 남구 연일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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