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사람 서울 쇼핑 "1년에 2500억 쓴다"

입력 2008-05-08 10:16:54

현대百 한곳서만 250억

현대백화점 그룹은 최근 대구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대구경북 사람들이 연간 서울의 현대백화점에서만 250억원을 쓰고 있다"고 언급, 대구경북 사람들의 '역외 소비 규모'가 새삼 관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에 가서 돈을 쓰는 사람들이 많다"는 설(說)은 많았지만 어느 정도로 많은 대구경북 돈이 서울에서 풀리는지에 대한 통계치는 지금까지 제대로 집계되지 않았는데 현대백화점의 대구 진출을 계기로 KTX를 타고 얼마만큼 많은 돈이 서울로 실려가고 있는지 대략적인 규모가 드러난 것.

현대백화점은 연간 5천900여명의 대구경북 사람들이 서울시내 현대백화점 매장에서 물품을 구입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신용카드 소지자의 주소지를 파악한 결과 연간 5천900여명의 대구경북 사람들이 250억원가량의 물품을 사들인 것으로 분석됐다.

현대백화점 측은 현대 이외에 서울시내에서의 쇼핑 소비규모까지 더하면 연간 2천500억원의 대구경북 돈이 서울에서 풀리고 있다는 자체 집계 결과를 내놨다. 현대측은 특히 대구 사람들이 서울에서 가장 왕성한 소비를 하는 것으로 파악돼 대구에 백화점 진출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대구시내 백화점 관계자들도 '역외 소비'를 인정하고 있다. 현대 이외에도 롯데백화점과 신세계 등을 감안하면 서울 백화점가에서만 거의 1천억원 가까운 지역의 돈이 유통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구정모 대구백화점 대표는 "경제 사정이 좋은 가정 자녀들의 수도권 대학진학과 최근 중고교생의 서울 유학현상 등에 따른 엄청난 부의 유출은 불가피하다"며 "KTX가 서울과 대구 거리를 '100분 시대'로 당겨놓으면서 대구의 돈이 기차를 타고 서울로 흘러나가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대구 의료계에서는 서울의 종합병원에서 진료 받는 지역 환자가 해마다 10% 이상 급증하는 것으로 파악중이다. 대구의 환자 100명 중 3, 4명은 서울행 기차를 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대구시내 시중은행 PB센터들은 앞다퉈 대구시내 부자 고객들의 서울행 진료를 주선하고 있다. 신한은행 PB센터의 경우, 서울대병원과 협약을 체결, 고객들의 진료를 알선해주고 있다.

대구시내 한 저축은행 관계자도 "서울시내 저축은행 예금상품 금리를 은행에 말해주면서 예금 가입 문의를 해오는 고액 고객들이 많다"며 "이 지역 사람들이 서울 금융회사에 상당 부분 자산을 넣어두고 있다는 증거"라고 했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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