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초교 33회 졸업생들 '팔순기념 동창회' 화제

입력 2008-05-08 09:35:59

▲ 안동초등학교 33회 졸업생 팔순 동창회에서 백발의 동창회원들이
▲ 안동초등학교 33회 졸업생 팔순 동창회에서 백발의 동창회원들이 '구구 팔팔' 건배 구호를 외치며 서로의 건강을 기원하고 있다.

"구구 팔팔!"

올해로 만80세에 접어든 안동초등학교 33회 졸업생들이 7일 안동 일직면 용각리 한 농장에서 '팔순기념 동창회'를 열었다. '구십구세까지 팔팔하게 살자'라는 뜻의 '구구 팔팔'이라는 건배 구호로 모임이 시작되면서 백발의 동창회원들은 서로 얼싸안고 70여년 전 죽마고우들의 안부를 묻고 또 물었다.

"희숙아, 이것도 무(먹어)봐라!"

할머니가 되어버린 아득한 추억의 여자 동기생 입에 큼지막한 고기쌈을 넣어주며 도란도란 옛정을 나누고 노래도 불렀다. 젊은이들 못지 않게 밝고 활기가 넘쳐나는 분위기였다. 나이 팔십이라고 하지만 마음은 동심이었다.

"얘는 숙제 안했다가 일본 선생한테 혼났지 아마" "그래, 넌 코흘리개였어, 이렇게…."

손짓 발짓 해가며 옛 친구들을 짓궂게 놀리는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파안대소가 잇따랐다.

1909년 설립된 안동서부공립국민학교(현 안동초교)의 1936년도 졸업생인 이들의 면면을 보면 안동에서는 알만한 사람들이다. 농협 출신인 박명인씨와 전 안동산림조합장 김상년씨, 중앙정보부에 근무했던 김명현씨, 철도청에서 기관사와 공안으로 근무했던 신옥균·김동한·김병희씨 등이 모임에 가장 열성적이다. 또 교사로 정년퇴직한 권기동·엄도화씨와 면장을 지낸 권순섭·배원직씨 등도 모임을 뒷바라지해 왔다.

암울한 일제 강점기와 참혹한 6·25 전쟁, 4·19와 5·16의 격동기와 보릿고개까지 우리 근대사의 질곡을 고스란히 겪어 온 우리의 어버이들. 고랑진 세월의 흔적인 주름살이야 피할 수 없었지만 이날만큼은 70여년 전의 10대 소년소녀로 돌아갔다.

어버이날을 하루 앞둔 이날 모임에서 이들은 '구구 팔팔' 외에도 "이대로, 영원히'란 건배 구호도 외쳤다. 모두들 건강을 잘 유지해서 내년에도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동창회가 처음 구성된 것은 35년 전인 1973년 봄, 동창들 나이 만 45세가 되던 해이다. 고령화 시대를 대비해 더욱 의지하고 위로하며 살기 위해서는 동창회를 더 다듬고 가꾸자고 결의한 것이 오늘에 이르게 됐다.

동창회장 한희숙(80·안동 동부동)씨는 "강산이 7번이나 바뀌는 세월이 흘렀지만 죽마고우들이 주름살만 늘었을 뿐 아직도 마음은 그때 그대로"라며 활짝 웃었다.

안동·권동순기자 pino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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