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피플]막내딸 서경선씨가 어머니(정필동·92)를 생각하며

입력 2008-05-08 07:00:00

당신의 아름다운 삶을 담고 싶습니다.

▲1997년 어머니 사진
▲1997년 어머니 사진

가정의 달을 맞아 서경선(47'대구 남구 대명동)씨가 10남매를 올곧게 키워내신 정필동(92) 어머니를 생각하며 한편의 글을 보내왔습니다.

언젠가 꼭 한번은 어머니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올해 92세인 어머니는 60년 전부터 오늘까지, 단 하루도 쉬지 않고 기도하는 분이다.

새벽 2시30분부터 오전 6시까지 계속되는 기도는 자식들을 위한 기도만이 아니었다. 세계 평화와 남북의 평화를 간절히 기도하는 어머니를 이해하지 못했을 때도 많았다.

지금은 새벽 시간 뿐만 아니라 오후 1시30분부터 오후 6시까지 기도시간으로 보내신다.

어린 마음에 엄마는 맨날 기도만 한다고 불평했을 정도니까 말이다.

어머니는 참 넉넉한 분이다. 보릿고개 시절, 배고픈 이웃들과 걸인들은 어머니를 수시로 찾아왔다. 밥 달라고 오면 허름한 옷차림을 보다 못해 모시 적삼까지 내어주신 분이다. 어머니를 가끔 찾아오던 벙어리가 있었다고 한다. 집에 들러 밥을 얻어먹고 가던 그 사람이 어느 날인가 어머니 앞에 사이다를 한 병 내놓으며 울더라고 한다. 밥 얻어먹으려면 벙어리 행세를 할 수 밖에 없었다면서. 또 한번은 사업에 실패해 강물에 빠져죽으려던 한 부부가 어머니를 찾은 적도 있다. 죽으려는 찰나, 갑자기 어머니 생각이 났었다고 했다. 어머니에게 찾아가면 돈을 빌릴 수 있지 않을까 해서였다. 모두가 어렵던 1970년대, 어머니는 그분들에게 선뜻 12만원을 내어주셨다.

고생도 무척 많이 하신 분이다. 10남매를 낳아 키우면서 어찌 잠시도 편할 날이 있었겠는가. 가난한 집에 18살에 시집와 집안을 일으키기 까지, 어머니는 보이지 않는 희생으로 그 몫을 다 감당해내셨다.

어린 시절에는 너무 퍼주고, 기도만 하는 어머니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도 내 나이 마흔 중반을 넘기면서 이제 어머니의 마음을 이해할 듯도 하다. 어머니가 기도생활 60년을 맞는 올해는 우리 10남매에게도 의미있는 해이다. 먼저 세상을 떠난 첫째 언니와 여섯 번째 오빠도 아마 그리 생각했을 것이다. 자식들 모두 어머니를 본받을 수 있었으면, 그래서 나 또한 아름다운 어머니로 기억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어머니께

내리사랑이라고, 저는 막내여서 어머니의 한없는 사랑을 받기만 했어요.

그래서 어머니의 고통을 속속들이 알 수는 없지만

아마도 5남5녀를 둔 어머니로서, 맏종부로서, 아내로서, 며느리로서

1인4역을 혼자서 다 맡으셨는데

왜 어려움이 없으시겠습니까?

그러나 어머니는 겸손하고 영성적이며,

감사하되 요구함이 없고, 자신의 처지에 늘 만족하며

하느님을 찬미하는 여인이었죠.

어릴 때는,

결혼해서 아이를 키워보지 않았을 때는

어머니의 두 어깨를 짓눌렀을 그 무게를 생각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어머니의 힘들어하는 모습을 직접 보지 않아도 알 듯 합니다.

말로 다 하지 못했을 어머니의 삶의 무게 말입니다.

하지만 어머니는 강했습니다.

힘들다고 일일이 말씀하시지는 않았지만

항상 어머니는 신앙을 당신 삶의 중심에 모셔두고

늘 기도하셨습니다.

하루도 기도를 빠뜨리는 것을 보지 못했습니다.

어떤 때는 너무 기도를 많이 하시고,

어떤 때는 너무 이웃에 많이 퍼주고

그래서 때로는 어머니를 이해하지 못할 때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압니다.

그 어머니의 가슴 속에는,

저 높은 데서 내려다보시는 그분처럼

내 자식만이 아니라 이웃까지 포함하는

무한한 사랑이 그 모든 어려움을 헤쳐나가게 했음을 압니다.

그 어머니를 닮고 싶습니다.

하지만 저는 너무 어렵습니다.

어머니의 그 큰 뜻을 다 헤아리기에 제 그릇은 너무 작습니다.

어머니, 어머니, 올해로 92세,

늘 건강하시게 오래오래 제 곁에 머물러 주십시오. 어머니

(막내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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