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 경북대병원 김능수 교수

입력 2008-05-08 07:00:00

"알레르기는 극복가능한 질환이죠"

"제가 알레르기가 심한데, 원래 이거 잘 낫지 않는 거죠." 알레르기 클리닉을 찾은 대부분의 환자들이 자신의 질환에 대해 자조적으로 하는 말들이다. 우리 몸은 외부의 세균이나 독, 이물질에 대해 면역체계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아무 영향이 없는 특정물질이 유독 어떤 사람들에게는 과민반응을 일으키는 현상을 두고'알레르기 반응'이라고 한다. 꽃가루가 날리는 봄철이나 나무의 가루가 날리는 가을철에 계절성 알레르기 환자들이 많아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요즘은 집먼지 진드기나 동물의 털, 특정 음식에 지나칠 정도로 반응하는 통년성 알레르기 환자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경북대병원 알레르기'감염 내과 김능수(63) 교수는 지역에 알레르기 전공의사가 1명도 없을 때인 1980년 전국 대학병원 중 서울대병원 다음으로 전문클리닉을 개설, 환자들을 진료해 온 알레르기 전문의사다.

"알레르기는 인류가 원초적으로 앓았던 질환으로 최근에 더 많아지는 까닭은 공기오염, 산업화, 인스턴트식품의 범람 때문입니다." 유전학적인 요인과 체질의 변화로 나타나는 알레르기는 신체의 면역기능이'이때까지의 아군을 적군으로 오인'함으로써 발생하는데 우리나라 사람의 약 15%가 콧물이나 두드러기 등의 증상으로 고생하고 있는 질환이다. 특히 이 가운데 기도에 과민반응하는 천식환자는 4~5%로, 자칫 치명적일 수 있다는 점에서 알레르기증상을 마냥 간과할 수만은 없다.

"잘 낫지 않는 알레르기로 오랫동안 고생한 환자들은 자포자기 하는 수가 많은데 이제는 알레르기도 적절한 조절을 통해 체질개선이나 적절한 치료로 증상을 호전케 할 수 있다는 점을 알았으면 합니다." 이를 위해 우선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물질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감별해 내는 것이 중요하다. 아무리 심한 천식이라도 일단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물질을 알고 이를 피할 수 있다면 약을 쓰지 않고도 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

"이런 방법을 회피요법이라 하는데 엄격한 원인진단이 필요합니다. 이 경우 알레르기 원인진단에 이용되는 방법은 피부반응검사와 혈액검사(MAST)가 있죠."피부반응검사는 80~160가지에 이르는 항원물질을 직접 환자의 몸에 소량 투입해 과민정도를 보는 검사이며, 혈액검사는 보다 특이한 항원물질을 알아보는 방법으로 40~80가지의 반응검사를 하게 된다. 두 검사를 통하면 48시간 이내에 90~95%의 환자들은 알레르기 원인을 알아낼 수가 있다.

알레르기는 원인물질을 알면 절반은 치료가 된 셈이다. 생활습관의 교정이나 증상을 일으키는 물질을 피하는 환경개선을 통해 증상을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회피요법만으로도 증상을 개선할 수 없는 심한 알레르기 환자들이 늘면서 최근엔 면역요법과 약물요법을 병행한 치료법이 시행되고 있습니다."김 교수에 따르면 과민반응을 일으키는 항체를 차단하거나 반응 자체를 줄여주는 면역요법은 보통 3단계의 효과를 보기 위해 진행된다.

원인물질의 농도를 낮춰 1주일씩 반복해 주사하면 몸속에 차단항체가 생성된다. 이러면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나지 않거나 과민반응의 주범인 항체가 줄어드는 한편 외부물질에 민감해 있던 세포의 민감성도 감소되기 때문에 마침내 환자의 알레르기 반응은 호전 또는 개선되는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김 교수가 지금까지 면역요법을 시행한 환자는 1천여명으로 이 중 80~85%가 효과를 보았다. 이런 면역요법의 효과는 그의 100여편에 달하는 논문이 집대성하고 있다.

"천식처럼 생명을 위협하는 알레르기의 경우 생활 가운데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바로 연락이 가능하도록 환자들에게 제 명함을 꼭 줍니다." 어느 병원에 있더라도 그 환자의 상태를 진료의사와 상담하기 위해서이다. "요즘 특히 증상이 더 심해지는 계절성 알레르기 환자들은 미리 항히스타민제 같은 예방약을 복용하거나 시즌 전 두달가량 집중적인 면역요법을 시행하면 대개의 환자들은 별 탈 없이 지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천식환자도 부작용이 거의 없는 부신피질호르몬제의 흡입제를 상비하거나 항류코트리엔제를 하루 두알정도 복용하면 증상이 상당히 좋아집니다." 봄철, 점증하고 있는 알레르기 환자들에게 알레르기 전문의사가 권하는 조언이다.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사진 정재호기자 newj@msnet.co.kr

▩프로필

△1971년 경북대 의대 졸업 △75~78년 경북대 의대 대학원 석'박사 △77년 경북대 의대 전임강사 △78년 일본 동경 국립암센터 연수 △82년 미국 뉴욕주립대학 교환교수 △88년 미국 테네시대 알레르기 및 면역학 연수 △89년 경북대병원 알레르기 내과장 △06~현재 울진군의료원장 △04년 대한알레르기학회 회장 △대한내과학회 회원 및 평의원 △미국알레르기학회 회원 △국제알레르기학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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