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창]"죄송합니다. 미안합니다."

입력 2008-05-08 07:00:00

아내가 또 사과를 하고 있다. 나는 한때 아이들과 가족나들이를 잘 가지 않았다. 발달장애를 가진 아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에는 식당이나 사람들이 많은 놀이공원에 가면 꼭 한번 이상 남들에게 아내의 사과하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아들이 특별히 별나거나 많이 설치는 것도 아닌데 꼭 잘못과 사과는 우리의 몫이었다. 아들은 '줄세우기'를 좋아한다. 집에서도 심심하면 모든 바퀴를 가진 장난감 자동차를 형태를 불문하고 자기 나름의 규칙대로 줄을 세운다. 하나의 작품 활동처럼 진지하다. 이러한 상태는 식당에서도 이어져 각자 앞에 놓인 물컵을 모두 모아 가지런히 줄을 세우는데 예약된 테이블의 물컵도 가져다 줄을 세운다. 그러면 아내는 식당종업원에게 사과하고 다른 가족들에게도 사과한다. 의사표현이 잘 되지 않는 아들은 또래의 친구나 동생들에게 친근한 표현을 툭툭 치는 것으로, 혹은 자기를 봐달라는 몸짓으로 표현을 함으로써 괜한 오해를 받고 우리는 사과한다.

요즈음 아들은 인사하고 악수하는 것에 심취해 있다. 며칠 전에는 승강기 안에서 대학생쯤으로 보이는 커플을 만났는데 아들은 '안뇽'하고 인사를 하고 일일이 악수를 했다. 그리고 나에게도 악수하고 인사를 하라고 한다. 남학생까지는 괜찮았는데 처음 보는 여학생의 얼굴이 빨개지는 것을 보니 좀 쑥스럽기도 하였으나 나쁘지는 않았다. 아들은 좋아라 박수를 치고는 의기양양해 하고 나는 죄송하다고 사과한다.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비장애인보다 특히 치과 치료를 잘 하지 못하는 것이 당연한데도 엄마들은 의료인에게 '아이가 치료를 잘 받지 못해 미안하다'고 사과를 한다. 혹은 어떤 보호자들은 아이에게 화를 내는 경우도 있는데 나는 '자신의 아이가 치료를 잘 받지 못하는 것에 대해 미안하니 사과를 하고 있구나'하고 받아들인다.

의료인들과 환자들이 서로 사과를 하는 경우는 실제로 보기 힘든데 사과를 하면 잘못이 있는 것처럼 오해를 받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환자가 불만을 표현할 때 의료인이 '죄송합니다'하면 환자 중에는 엉뚱하게도 어떤 의료적인 과실이 있어서 의사가 사과를 하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있다. 불편하게 해준 것에 대한 사과하였음에도 뭔가 잘못이 있어 사과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는 것 같다. 이러한 사람들은 어떤 사람이 자신에게 사과를 할 때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사과를 한다는 것을 모르기 때문이다. 진정한 사과는 서로에 대한 감사하는 마음이 바탕이 되어야 이루어질 수 있다. 감사하는 마음이 없다면 그저 입으로만 사과를 하고 있는 것이다.

5월은 감사의 달이다. 태어나 준 아이에게 감사하고 낳아준 부모에게 감사하고 가르침을 준 선생님에게 감사하는 달이다. 우선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의료인과 환자들이 서로의 불평, 불만에 대해 사과를 해보면 어떻까? 어디선가 아카시아 꽃내음이 나는 것 같다.

장성용 장성용치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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