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광장] 도청이전과 허브도시

입력 2008-05-06 09:05:43

오늘날 유럽의 지도를 자세히 보면 작은 도시국가들이 여기저기 존재한다. 강대국이 대치했던 국경 사이에 위치한 도시국가들은 정치적으로 중립지대 역할을 했던 곳이다. 프랑스와 이태리 사이의 모나코, 프랑스와 스페인 사이의 안도라, 벨기에, 프랑스와 독일 사이의 룩셈부르크, 독일과 스위스 사이의 리히텐슈타인 등이 그 예가 된다. 현대적인 시각으로 보면 이런 도시국가들은 경제 Hub였다.

한 때 크게 유행했던 단어 허브는 원래 자전거에서 나온 명칭이다. 자전거 바퀴살의 중심부분을 가리키는 허브는 바퀴전체를 지탱한다. 바퀴의 둘레를 연결하는 바퀴살을 스포크(spoke)라고 하는데 이는 허브의 힘을 바퀴로 전달하는 연결장치가 된다.

경제적으로 허브가 성공하려면 자전거에서도 그렇듯이 구조자체가 튼튼해야 하고(confidence), 바퀴로 힘을 잘 연결시켜주는 바퀴살이 발달해야 하며(connectivity), 페달의 힘을 바퀴에 효율적(cost)으로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바퀴살(spoke)이 튼튼하지 않은 바퀴중심(hub)은 동력을 제대로 전달할 수 없으므로 이들은 상호의존적이라 할 수 있다. 경제적인 의미로 해석하면 허브는 중심도시가 되고 스포크는 중심과 거점을 연결하는 도로나 항로, 항공로 등이 된다. 스포크는 나아가 거점도시나 다른 교역상대를 의미하기도 한다.

경상북도 도청이전에 대한 논의가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경북도민의 숙원사업이던 도청이전에 대해 지자체간의 유치경쟁이 치열하다. 평가기준의 내용을 보면 실타래처럼 꼬인 각계의 고민을 풀기 위한 고심의 흔적이 보인다.

그 동안 공청회를 통해 제정된 평가기준으로는 성장성, 균형성, 접근성, 친환경성, 경제성 등이다. 객관성이 있는 기준을 제시하고 있지만 세부적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도 있다. 혁신성의 척도를 평가하는 기준으로 전문대학 이상의 교육기관수, 인접대학간의 거리 등이 들어 있는데 이것이 혁신성과 과연 어떤 관계에 있는지 궁금하다.

도청예정지 선정은 도내에서 가장 경쟁력있는 허브도시를 만드는 작업이다. 이를 위한 핵심과제는 보다 객관성있는 기준을 설정하는 것이다. 새로운 도청 소재지가 허브도시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자전거의 예에서 보았듯이 신뢰성, 연결성, 경제성(3C)을 최우선기준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먼저, 신뢰성을 얻어야 한다. 오늘날의 도청소재지는 행정중심이 아니라 경제중심지로서의 기능이 강화되고 있어 경제에 대한 신뢰를 얻어야 한다. 행정자치단체로서의 기본적인 재정자립도와 향후 발전성이 핵심조건이 되어야 한다. 자전거의 중심부분은 무엇보다 튼튼하다는 신뢰가 중요한 것처럼.

둘째로, 물리적 접근성도 중요하다. 기업하기 좋은 도시와 인프라 구축을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교통인프라가 발달해야 한다. 오늘날 사통팔달한 도로건설로 인해 해운이나 항공운송의 중요성은 높아지고 있다. 영남권 신공항과의 연계강화와 이에 대한 전략적 접근도 필요하다고 본다.

끝으로 미래지향적인 경제성을 감안해야 한다. 비즈니스 서비스(BS)사업에 대한 경제성을 살펴야 한다. BS산업은 제조업을 포함한 다른 기업의 경영활동을 지원하기에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핵심요소가 아니던가. 금융, 마케팅, 컨설팅뿐만 아니라 디자인, 인력개발 등 기업을 지원할 수 있는 다양한 분야를 포괄해야 한다.

앞에서 본 유럽의 허브도시들은 지금도 3C 기능을 발휘하고 있으나 반면교사로 삼을만한 경우도 있다. 스페인의 접경지역에 위치한 프랑스의 소도시 나르본(Narbonne)은 로마시절에는 갈리아남부(Gallia Narbonensis) 속주의 주도였다. 세 지역으로 나누어졌던 갈리아의 균형발전을 위해 로마가 전략적으로 건설한 나르본은 남부를 대표하는 허브도시였다. 지중해를 중심으로 한 교역과 스페인지역을 연결하던 교통중심지로 번성했던 나르본은 허브역할에 충실했다. 14세기부터 교역의 쇠퇴, 방만한 재정운용, 인구 감소 등 3C를 잃어버린 나르본은 거점도시들이었던 몽펠리에, 바르셀로나 등에게 허브도시 기능을 내주고 만다. 이러한 역사를 교훈삼아 미래 지향적인 도청이전을 위해서는 3C를 갖춘 허브도시가 선정되어야 한다.

김영우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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