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기관장들이 대구를 기피?…인재를 모셔라

입력 2008-05-06 09:18:51

지난해 7월 대구경북디자인센터 초대원장에 선임된 정용빈(57)씨. 대구시에서나 디자인업계에서는 그를 '보배'라고 평가한다.

정 원장은 불과 6개월여만에 세계 최고 디자인·소재 기업인 미국 머티리얼 커넥션(MC)을 동아시아에서는 처음 대구에 유치했고 오는 7월 세계 최고 권위의 디자인 행사인 '국제그래픽디자인협의회(이코그라다) 디자인위크'도 지방에서는 처음 유치했다.

이뿐 아니다. 중소기업들에게 디자인을 비롯한 경영과 기술 등을 진단하고 해결하는 태스크포스팀인 'D-War 특공대'를 만들고 디자인 교육에도 힘써 명실상부한 '지역 밀착형 연구기관'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정 원장은 1994년부터 1999년까지 삼성전자 디자인센터장을 역임하면서 초창기 디자인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핵심 역할을 했고 (주)클릭TV 대표, (주)SR아이텍 총괄사장을 거쳐 대구로 왔다.

정 원장은 "50대 후반이 되면서 내가 배운 마케팅과 디자인을 살려 중소기업들에게 도움을 줄 일이 없을까를 고민중이었는데 마침 디자인센터장을 공모하기에 대구로 내려왔다"고 했다.

"기업 지원기관이나 R&D 기관장에 모시고 싶은 유능한 인재는 대부분 고사해요. 서울에서도 기회가 많고 특별한 대우를 해주는 것도 아닌데 가족과 떨어져 지내면서까지 대구로 내려오려고들 하지 않아요."

박봉규 대구정무부시장을 비롯한 대구시 관계자들은 7월 발족할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장을 선임하는데 애를 먹고 있다. 오고 싶어하는 사람은 다소 성에 차질않고 초빙하고 싶은 사람은 대부분 고사하고 있기 때문.

지난해 공모한 대구경북과학기술연구원장도 당초 대구시가 염두에 뒀던 서울의 한 인사는 완곡히 고사했다. 최근 공모한 경북테크노파크원장 자리도 지역에서 활동한 인물들을 제외하고 외지의 '유능한 인사'는 지원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능력있는 외지의 인재들이 대구로 오지 않는데는 '특별하지' 않은 대우가 큰 몫을 차지한다.

공모 기관장들의 대우는 이사회와의 계약으로 결정되는데 기관에 따라 약간씩 차이는 있지만 총액연봉이 일부 센터의 경우 7천만원대에서부터 8천만원대(세전)가 대부분이고 큰 기관도 1억원을 갓 넘는다.(표 참조) 또 주거문제 해결은 지원자 자신의 몫이다.

이에 비해 공기업이나 정부 출연기관 경우 지난해 직원평균 임금이 7천500만원을 넘는 곳이 20개가 넘었고 기관장 경우 산업은행 6억1천200만원을 비롯 4억원이 넘는 기관만 10개, 20개기관이 3억여원을 넘었다. 감사연봉도 2억원을 넘긴 곳이 20개 기관이었다.

"지원자인 을(乙)의 입장에서 자신의 대우를 당당하게 요구하기는 힘들죠. 공공기관의 특수한 사정이 있겠지만 대우를 해주는 만큼 책임과 열성이 따르지 않겠어요." 한 공모기관장의 대답이다.

박 부시장은 "유능한 인재가 지역과 관계기관을 변화시키고 기업들이나 수요자들에게 큰 기여를 할 수 있는 만큼 유능한 인재를 초빙하기 위해 전향적으로 파격적인 대우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춘수기자 zap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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