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히면 안전" 강조해도 닭·오리고기 식당 한산

입력 2008-05-06 09:46:04

▲ 조류인플루엔자로 인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대구 한 삼계탕 가게가 실내에
▲ 조류인플루엔자로 인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대구 한 삼계탕 가게가 실내에 '익혀 먹으면 AI에 안전' 플래카드를 내걸어 눈길을 끌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끓여 먹으면 걱정 없습니다."

어린이날인 5일 오후 대구 수성구 범물동 진밭골. 20여개의 닭·오리 식당이 몰려있는 이곳은 평소에 비해 손님들의 발걸음이 많지 않은 모습이었다.

지난달 29일 수성구 만촌동에서 폐사한 닭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에 감염된 것으로 밝혀지면서 반경 10㎞이내인 이곳은 인근 욱수골과 함께 닭 오리 등의 이동제한 구역으로 설정됐다. 진밭골 입구 산불 감시 초소에는 지난 3일부터 검문소가 설치돼 가금류의 반입반출을 차단하고 있었다. 한 닭백숙 가게 주인은 "평소에 비해 손님이 절반도 안 된다. 끓여 먹으면 아무런 이상이 없는데…"라며 울상을 지었다.

전국을 휩쓸고 있는 AI가 최근 지역에 발생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AI공포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대구에는 수성구 만촌동, 동구 미대동·각산동 등 3곳의 폐사 사건에 대한 감염 조사가 진행 중이다. 경북에서 발생한 AI 감염 가금류 일부가 동구 사북동에서 반출되기도 했다.

수성구 시지 욱수골의 한 업소주인은 "요즘 평일에는 아예 공칠 때도 있다. 대구에서 잡은 닭을 가져 오기 때문에 재료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팔공산 인근의 닭·오리 음식점 주인들도 한숨만 내쉬고 있었다. 한 주인은 "2003년, 2006년에 이어 2, 3년 만에 한번씩 이런 일이 생기니 서민들은 어떻게 살라는 말인지…"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중구 동성로 한 레스토랑 관계자는 "치킨 관련 음식이나 안주는 주문하는 손님이 없어 아예 재료조차 가져오지 않고 있다"고 했다.

한 삼계탕 업소 측은 "일단 드시는 분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듯하지만, 손님들이 꺼림칙해 하고 있다"며 "본격적인 삼계탕 철이 올 때까지 이번 파동이 수그러들기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한국음식업중앙회 대구지회 측은 "AI에 걸린 닭 오리는 시장 출하가 불가능할 뿐 아니라 만에 하나 AI 바이러스에 오염된 고기라도 70℃에서 30분, 75℃에서는 5분간 열처리하면 바이러스가 모두 죽기 때문에 익혀 먹으면 안전하다"고 밝혔다.

서상현기자 ss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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