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게 벌써 性에 관심을…" 막으면 엇나가기 십상

입력 2008-05-06 09:57:27

[성교육 제대로 하자] (하)가정에서부터 말문 터놓자

최모(42·여)씨는 한달 전부터 중학 1학년인 아들 얼굴을 똑바로 보기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아이가 혼자 음란물을 보면서 자위행위를 하는 모습을 발견한 후부터다. 최씨는 "어떻게든 성(性)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전해줘야 한다는 생각만 들 뿐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정모(45·여)씨 역시 고교생 딸아이의 성교육 문제가 가장 큰 근심거리다. 얼마 전 아이의 방을 청소하다가 '남자친구와 키스를 했다'고 써 놓은 일기장을 봤다. 그는 "어리다고만 생각했던 아이가 벌써 성에 눈을 뜬 것에 충격을 받았고, 나쁜길로 빠질지 모른다는 걱정에 밤잠조차 잘 이루지 못할 정도"라고 했다.

◆성교육, 가정에서부터 터놓자

초교생 집단 성폭행 사건을 계기로 성교육에 대한 가정의 역할론이 새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전문가들은 청소년들의 건전한 성의식은 가정의 '열린 성 교육'에서 시작된다고 입을 모았다. '크면 알게 돼' '그런 말은 어디서 들었어?'라는 식으로 부모가 말문을 막아버리는 것은 절대 금물.

중학교 3학년 딸과 초등학교 6학년 아들을 둔 직장인 장수임(41·여)씨는 퇴근 후 아이들과 수다를 떠는걸 즐긴다. 요즘 길게 대화를 나누는 소재는 '초등학교 성폭력'.

장씨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삼아 작심하고 성교육하는 기회로 활용했다. 뉴스를 함께 보면서 "너희들은 어떻게 생각해?"라고 묻자, 아이들의 부풀어오른 호기심이 쏟아져 나왔다. 장씨는 "대답하기 어려운 순간이 많았지만 어차피 엄마가 올바른 시각을 가르쳐 주는 편이 나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가정에서 편안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환경이 형성돼 있어야 올바른 성교육도 가능하다고 했다. 단체강의에 집중된 학교나 기관의 성교육에 비해 가정에서는 부모가 아이들의 성장단계와 개성에 따라 맞춤식 교육이 가능하다.

와룡초교 권숙희 보건교사는 "터놓기 어렵다고 자꾸 이야기를 회피하다 보면 성은 나쁜 것으로 인식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왜곡된 성의식, 가정에서 교정(校正)해야

김모(45)씨는 초등학교 6학년 된 딸과 아직도 목욕을 함께 하는 아빠다. 2년 전부터 바람직한 성의식을 키워주기 위해 '남성'에 대한 정보를 아빠 신체를 통해 알려주고 있다. 김씨는 "목욕을 함께 하면서 남녀의 신체 차이에서부터 생각의 차이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수 있다"고 했다.

(사)청소년을 위한 내일여성센터 이성혜 성교육 팀장은 "초교 고학년부터 성에 대한 아이들의 호기심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구체적인 설명과 함께 행위가 가지는 책임성에 대해서까지도 설명을 해 줘야 한다"고 했다.

'혹시 너무 과도한 정보를 알려줘 아이에게 해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지만, 전문가들은 "절대 아니다"고 했다. 인터넷 등을 통해 얼마든지 음란물에 접근할 수 있는 판국에 적극적인 성교육만이 왜곡된 성의식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성혜 팀장은 "부모 스스로 교육을 하기가 힘들다면 학교의 보건교사나 성교육상담센터 등 외부의 적극적인 협조를 구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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