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보다 마음을 무겁게 하는 것도 드물다. 모두 세금을 철저하게 싫어하고 누구도 즐거운 마음으로 세금 얘기를 꺼내지 않는다. 에드먼드 버크의 말대로, "사랑하면서 현명할 수 없는 것처럼, 세금을 거두면서 사람들을 즐겁게 할 수는 없다".
많은 사람들이 세금의 성격과 사회적 영향에 대해서 지식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것은 그래서 이상하지 않다. 그러나 시민으로서 올바른 판단을 하고 좋은 경제정책을 지지하려면, 우리는 세금에 관한 기본 지식을 갖추어야 한다. 누구도 세금을 피할 수 없다.
세금은 개인들이 모은 재산을 사회가 공동의 목적을 위해서 가져가는 것이다. 그래서 세금은 개인들의 재산권에 대한 침해이며 아무리 좋은 목적에 쓰일지라도 일단 필요악이라 할 수 있다. 재산권은 개인들의 삶의 바탕이고 문명을 발전시키는 힘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세금을 거두어 쓰는 것은 개인들이 직접 쓰는 것보다 비효율적이다. 세금을 거두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크기 때문이다. 원가를 높임으로, 세금은 경제활동들을 왜곡해서 비효율적으로 만든다.
이번에 여권에서 거센 논쟁을 일으킨 추가경정예산도 세금의 이런 성격을 이해해야 제대로 판단할 수 있다. 문제의 핵심은 지난해 예산보다 더 걷힌 세금 15조원의 처리다. 이 문제는 아주 복잡해서 전문가들도 의견이 엇갈리지만, 더 걷힌 세금을 빨리 민간 부문으로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선 모두 동의한다.
의견이 엇갈리는 것은 그렇게 하는 방법에서다. 정부에선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서 경기를 부양하는 사업에 쓰겠다고 나섰다. 한나라당에선 경기 부양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은 법적 근거가 없을 뿐더러 시장 경제의 원리와 잘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지금 시민들이 세금을 너무 많이 내고 있다는 데 대해선 모두 동의한다. 노무현 정권 아래서 세금은 무지막지하게 올랐다. 비록 절차에선 합법적이었지만, 그런 증세는 개인의 재산권을 근본적 가치로 여긴 헌법의 정신에 어긋난다.
지금 정부가 할 일은 작년에 더 걷힌 세금만큼 올해 세금을 줄이는 것이다. 그것이 이 일의 핵심이다. 그렇게 하는 것과 추가경정예산의 편성은 논리적으로는 상충되지 않는다.
보다 근본적 논점은 세금을 크게 줄이는 일이다. 세금이 워낙 가파르게 올랐으므로, 당연하다. 세금이 너무 많이 걷혀서 가치가 적은 일들에 정부가 돈을 너무 많이 쓴다는 사정은 감세의 필요성을 더욱 크게 한다.
세금을 줄이는 것은 정부의 팽창을 막는 데도 긴요하다. 이명박 정부는 그 동안 크게 불어난 정부의 몸집 줄이기를 실질적으로 포기했다. 행정부의 조직들을 통폐합했지만, 공무원들은 줄이지 않겠다고 서둘러 약속했다. 세금을 줄여 정부 예산을 억제하는 것은 정부의 팽창도 억제한다.
아쉽게도, 이명박 정부는 말로만 세금을 줄이겠다고 할 뿐 필요한 입법적 준비를 하지 않는다. 자유주의와 시장 경제를 존중한다는 정권에 어울리지 않는 행태다. 하긴 이해하지 못할 것도 아니다. 정부는 정부다. 아담 스미스가 지적한 대로, "한 정부가 다른 정부로부터 맨 먼저 배우는 기술은 시민들의 주머니에서 돈을 빼내는 기술이다".
세금은 필요악이다. 모든 필요악은 최소한으로 그쳐야 한다. 이제 우리는 외쳐야 한다, 세금을 내려라!
복거일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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