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병상련 '3치'…음치·길치·박치도 괴로워

입력 2008-05-03 08:07:50

'치'가 어찌 몸치뿐이랴. 음치, 박치, 길치도 괴롭긴 마찬가지다. 남들보다 머리가 나쁘거나 음악과 담을 쌓은 것도 아닌데 무언가 항상 엇박자를 낸다. 그들은 왜 거리와 음정, 박자 사이를 헤매고 다닐까.

◆길치, 방향치=길눈이 어두운 사람들. 일상생활에서 가장 불편함을 느끼는 건 바로 이들이다. 한 두번 가본 길도 자동차 핸들만 잡으면 헷갈리기 일쑤고, 골목이 조금만 갈라져도 공황 상태에 빠진다. 길을 못 찾는 일이 반복되다 보니 초행길은 물론이고 길을 나서려고만 해도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른다. 하지만 '길치'라는 사실을 원망하거나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길치가 남보다 지능이 낮거나 치매 등 지각발달에 장애를 겪는 경우는 많지 않다. 실제 2006년 행정자치부가 성인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사람에게 물어야 목적지를 찾을 수 있다'는 응답이 40.4%에 이르렀다. 특히 '목적지를 찾기 위해 2, 3번 길을 물어야했다'는 응답도 56.1%에 달했다.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4명이 길치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훈련을 통해 길치를 극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자신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길을 찾아냈거나 지도 등을 참고하면 좀 더 쉽게 길을 찾기도 한다.

◆음치=음에 대한 감각이 둔하고 박자나 음정의 높낮이 등을 분별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음치는 감각적 음치와 운동적 음치로 구분된다. 감각적 음치는 음의 높낮이나 음정, 강약, 박자 등을 아예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을 말한다. 이들은 자신이 어떤 음을 내는지조차 잘 알지 못한다. 운동적 음치는 음정은 인식하지만 이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다. 자신이 잘못된 음을 내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만 어떻게 노래를 해야하는지 잘 모른다. 이들은 성장 과정에서 노래나 음악을 자주 접하지 못해 음 감각이 퇴화됐거나 요령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감각적 음치는 교정이 쉽지 않지만 운동적 음치는 훈련을 통해 바로잡는 것이 가능하고 치료 효과도 높다.

◆박치=음정도 정확하게 내고 노래도 곧잘 하지만 도무지 박자를 맞추지 못하는 사람이다. 몸치처럼 감각이 무뎌 리듬감이 부족하고 신경전달물질인 뉴런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타이밍을 잘 맞추지 못하기 때문에 운동 신경도 둔한 편이다. 이들은 박자를 쉽게 놓치고 한 곡의 노래를 불러도 너무 빨라지거나 느려지기도 한다. 노래에 맞춰 박수도 제대로 치지 못하기도 한다. 노래방 반주가 없던 시절, 젓가락 장단에 맞춰 노래를 부를 때에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정확한 박자가 생명인 노래방 기계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진다. 꾸준히 음악을 들으며 정확한 리듬감을 배우면 고칠 수 있다.

장성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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