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태의 중국이야기] 북중국인과 남중국인

입력 2008-05-03 08:09:06

중국 땅에서 사업 제대로 해볼 심산으로 술상무 앞세우고 "공격 앞으로!" 하다가 낭패 본 자 부지기수, 중국사람 대범하다는 귀동냥이 맞지 않았다고 한탄한다. 또 어떤 이는 온갖 재밋거리, 먹을거리로 공략했는데 역시 실패했다고 푸념한다. 준비해간 음식에 젓가락조차 대지 않고 정치이야기만 하더란다. 분명히 귀동냥이 거짓 정보는 아닐 텐데 어찌 된 일인가?

젊은 경제학자 자오사오쭈오(趙曉作)가 말하는 지역별 중국인의 성격차이를 들어보면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도 같다. 외계인이 중국의 한 지방에 떨어졌다고 가정해보자. 만약 최초로 그를 발견한 이가 "당신 자본주의자냐, 사회주의자냐?"라고 묻는다면 그가 떨어진 곳은 분명 베이징이다. "당신 여기에 왜 왔어? 혹시 해코지하려는 것은 아니야?"라고 의도를 캐묻는다면 그곳은 동북지방이다. 외계인을 보자마자 전시장에 진열해서 돈벌이 수단으로 쓰려 한다면 그곳은 상하이일 것이고, 조미료와 기름을 준비하여 외계인을 튀길 준비를 한다면 그곳은 광둥임에 틀림없다.

지역별 중국인의 특성을 명료하게 함축한 이야기다. 베이징인은 정치에 관심이 있고, 동북인은 동기에 관심이 있고, 상하이인은 기회를 이용하는 데 소질이 있고, 광둥인은 천하의 모든 것을 먹으려한다. 남북으로 구분하여 보면 대체로 북방인은 명분이 있으면 움직이고 남방인은 이익이 있으면 움직인다. 일상을 보면 베이징인은 이념을 이야기하고 광둥인은 일을 이야기한다. 베이징인은 퇴근하자마자 7시 중앙방송뉴스를 보기 위해 다시 '출근'을 하지만, 광둥인은 오락과 생활방면에 채널을 고정시킨다.

실화 한 토막으로 사족을 달면, 80년대 미국 유학길에 올랐던 베이징 토박이 한사람이 90년대에 귀국을 하여 다국적기업에 취업했다. 월 10만위안이 넘는 고임금을 받으면서도 그는 필명으로 매일 다음과 같은 글을 기고했다. '미국인이 중국에서 돈을 버는 것은 중국인의 돈을 뺏어가는 것이다.' 결국 그는 사직을 하고 중국기업에 취업을 했다. 이를 전해들은 광둥인은 코웃음을 쳤다. "도대체 뭐냐, 돈이 어디서 오든지 네 지갑만 두둑하면 되지 않느냐?"

중국인의 성격이 지역별로 그 특성이 극명한 것은 지방마다 가진 각각의 우월의식 때문이다. 베이징에 가지 않고는 자기의 관직이 낮은지를 알지 못하고, 동북에 가보지 않고는 자기의 담력이 작은지를 알지 못하고, 광둥에 가지 않고는 자기의 돈이 적은지를 알지 못한다고 한다. 실제 광둥인은 외지인을 가난뱅이라 비꼬고, 상하이인은 외지인을 촌놈이라 무시하고, 베이징인은 외지인을 하급자라 천시한다.

답은 여기에 있다. 중국에는 그냥 '중국인'이 있는 것이 아니라 각기 다른 성격을 가진 여러 유형의 중국인이 있다. 정치이야기에 광분하는 베이징인에게는 신념이 하늘보다 크고 목숨보다 귀하지만, 돈 자체를 인생목표로 설정하고 있는 광둥인에게는 이익이 최상의 가치인 것이다. 귀동냥 훈수를 듣고 섣불리 덤빈 이들, 실패의 원인이 무엇인가를 곰곰이 생각해 봄직하다.

이정태(경북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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