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우현의 보석이야기] 결혼예물에는 예(禮)가 깃들어야

날씨가 좋은 봄, 가을은 결혼식이 유난히 많은 계절이다. 우리 민족의 결혼 풍속에서 예물을 여가(女家)에 드리는 풍습은 매우 오래된 것으로서 이 풍습은 남녀가 혼인할 것을 물증으로 약속하는 데에서 유래된다. 오래된 기록으로는 고대 삼국시대부터 아끼던 물품을 가지고 혼인을 약속하는 풍습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고대에는 호화스럽고 사치스러운 예물이 아니라 단순하고 간단한 증표의 교환으로써의 예물이었다.

그런데 이 예물 풍습이 조선시대로 오면서 일부 부유층에서 비싼 물품을 많이 넣어 보내는 것을 자랑으로 여기며 '대장함'이 사치해지기 시작했다.

예물의 참 의미는 '여자 집에서 남자 집의 청혼을 허락해 준 데 대한 감사의 표시로써 성의와 예를 다하여 감사하는 마음을 표현하는 것'인데 '신랑집에서 신부를 예로써 대하지 않으면 혼인하지 않는다'고 한 여가에 대한 존중의 표현이 그 본뜻이라고 하겠다.

조선시대 중기 이후 전통적 신분 제도의 붕괴와 더불어 등장하는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계층들이 신분의 과시를 위해 경쟁적으로 호화예물을 사치스럽게 보내기 시작하였다. 이런 신 부유층이 신분의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발생된 폐습이 전 사회적 혼례풍속이 되어버려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매우 큰 부담이 되었다.

이에 국가에서는 예단의 수량과 품질을 등급에 따라 규정하고 그것을 위반하는 자를 처벌하였으며 관가에서는 예단 가는 날에 사람을 파견하여 실물을 검사하기에 이르렀다. 그래서 일부 사람들은 관리의 눈을 피해 함을 미리 몰래 보내기도 하였는데, 오늘날 함이 결혼 전 밤에 가는 풍습의 기원이 되었던 것이다.

오늘날의 잘못된 예물 두 가지가 있다. 지나치게 많은 예물을 보내 여가에 부담을 지우는 경우, 그리고 경제적 이유를 들어 예물을 생략하고 커플링만 하는 혼인의 대사를 소홀히 여기는 무례함을 보여주는 경우다.

예물은 본인들에게는 사랑의 증표로써 소중함이 깃들여야 하고 시어머니 입장에선 며느리를 데려오는 것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여가에 표현하기 위해 정성스럽게 준비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보겠다. 결혼 날을 잡고 바쁜 일상에 결혼 준비를 합리적으로 이벤트 회사에 맡기는 경우도 요즈음 많아지는 추세인데, 적어도 결혼에서 예물만은 보석의 주술적인 의미를 생각하고 신중하게 두 사람이 시어른과 상의해서 준비하였으면 한다.

또 굳이 비싼 다이아몬드가 아니더라도 서로의 탄생석을 교환한다든지, 건강을 의미하는 진주나, 부를 상징하는 산호, 부부의 화합을 의미하는 페리도트 등 다양한 보석들을 선택할 수 있다.

디자인에 있어서는, 실용적이면서도 패션과 어울릴 수 있는 디자인으로 노리개와 뒤꽂이·가락지도 의미가 다산이나 행복인 나비 형태의 것으로 선택하기를 권하고 싶다.

최우현 주얼리 디자인 연구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