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아와 함께 떠나는 세계여행]서호주

입력 2008-05-01 07:48:51

일상을 벗어버린 마음만 갖고가세요

호주라면 시드니·브리번·멜버른을 떠올리는 사람들에게 서호주는 어쩌면 낯선 곳일 수도 있다. 하지만 서호주에는 진정 '호주다운' 것들이 모두 모여 있다. 아웃백의 황량한 사막, 아프리카의 사바나를 보는 것 같은 드넓은 초원, 짙푸른 바다, 이 모든 것이 서호주에 다 있다.

◆아름답고 깨끗하고 신기하다-자연

서호주의 자연은 청정하다. 완전 무공해의 그 아름다움을 한눈에 보고 싶다면 먼저 인도양에 낮게 떠있는 로트네스트(Rottnest) 섬으로 가야 한다. 서호주의 주도이자 관문인 퍼스에서 페리를 타고 1시간30분, 항구도시 프리맨틀(Fremantle)에서 30분 정도의 거리에 있는 이 섬은 서호주 사람들의 주말 나들이 명소이다.

이곳에 가려면 준비해야 할 것이 있다. 일상의 짐을 훌훌 벗어버린 가벼운 마음, 그리고 자전거 한대. 자전거는 섬에 도착, 방문자 센터 인근에서 빌릴 수 있다. 교통수단은 섬 일주 투어버스 외 자전거가 유일하다.

현지인들은 이 바다에서 수영을 즐기거나 선탠·스노클링·서핑을 하기도 하고, 여유롭게 요트를 타기도 한다.

로트네스트 섬에서 느긋한 하루를 보냈다면 퍼스 북쪽 피너클스 사막으로 아웃백(오지) 여행에 나서보자.

퍼스에서 250여km 떨어진 피너클스 사막 여행은 4륜구동 버스 1일 투어를 이용하면 된다. 남붕(Nambung)국립공원 피너클스 사막에 들어서면 붉은, 혹은 노란 모래 위로 1만여 개의 돌기둥들이 침묵 속에 서있다. 가까이 다가가면 저마다 특이한 형상을 갖춰 보는 재미가 있다.

아웃백 여행의 재미가 또 하나 있다. 피너클스에서 남쪽으로 2시간여 거리인 랜설린(Lancelin). 이곳은 한마디로 '사막 놀이터'이다. 이곳의 재미는 4륜구동차로 모래언덕을 달려 내려오는 드라이빙 체험과 샌드 보딩이다. 샌드보드에 앉아 급경사 모래언덕을 미끄러져 내려오는 짜릿함은 여느 놀이공원의 기구 못잖다.

◆낭만과 여유로움, 그리고 전통-도시

주도인 퍼스는 온화한 지중해성 기후에 연중 일조량이 풍부해 사계절 내내 인간이 살기에 적합한 '낙원'이다. 가을을 맞은 지금, 공기는 우리나라 5월의 아침처럼 청량하다.

도시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킹스 파크(King's Park) 공원은 면적이 400ha나 되는 넓은 도심공원이다. 이곳에서 퍼스 사람들은 느긋한 오후의 햇살을 즐긴다. 1천여종의 갖가지 진기한 화초와 나무들이 깔끔하게 가꿔진 정원에 자라고 있다. 이곳 전쟁기념비 앞에서 내려다 보는 스완강과 퍼스 시내의 전경이 한장의 그림엽서 같다.

도심에도 볼거리가 많다. 1899년 세워진 옛 서호주 조폐국 퍼스 민트(Perth Mint)는 서호주 금광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다. 갖가지 금으로 된 액세서리·동전·바 등이 전시돼 있으며, 금물을 부어 금괴를 주조하는 장면도 재연한다.

호주의 야생동물을 만나려면 캐버샴 야생공원으로 가보자. 이곳에서는 캥거루에게 직접 먹이를 줄 수도 있고 코알라를 비롯해 웜뱃·월러비·에뮤·딩고 등 200여종의 동물을 만날 수 있다.

퍼스에서 30분정도 거리인 스완강 하구의 항구도시 프리맨틀에서는 서호주 역사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들어서는 순간 19세기 유럽의 어느 거리에 온 것 같다. 19세기에 지어진 콜로니얼 풍의 건물들이 거리를 따라 즐비하다. 서호주에서 가장 오래된 건축물인 라운드 하우스(1831년 완공)를 비롯해 타운 홀, 프리맨틀 감옥 등 식민지 시대 유서 깊은 건물들이 곳곳에 있다.

프리맨틀의 낭만을 즐기기 위해서는 해질무렵 사우스 테라스 거리를 따라 형성된 '카푸치노 거리(Cappuccino Strip)'로 가보자. 200여미터 남짓한 거리 양편으로 예쁜 노천카페, 펍, 레스토랑이 빼곡해 이곳 사람들이 가장 사랑하는 곳이기도 하다.

◆호주의 맛-스완밸리

퍼스의 동북쪽 스완 강줄기를 따라 올라가다 만나는 스완 밸리는 서호주 와이너리의 본고장이다. 강렬한 햇살, 온화한 기온 속에서 자란 포도로 만든 이곳의 와인 제품은 양으로는 호주 전체의 2% 정도에 불과하지만 호주를 대표하는 프리미엄급 와인이 많다. 그중 1840년에 만들어진 샌덜포드 와이너리는 스완밸리 최대 와이너리로 양조장·저장고 견학과 여러가지의 와인을 직접 시음하고, 포도나무 그늘 아래 테이블에 앉아 맛있는 서호주식 식사도 즐길 수 있다. 글·사진 홍헌득기자 duckdam@msnet.co.kr

떠나기 전에

서호주는 호주에서 가장 큰 주로 면적이 호주 대륙의 3분의 1에 달한다. 하지만 인구는 200만명에 불과하다. 이 중 150만명 정도가 주도 퍼스에 살고 있다. 한국보다 1시간 늦다. 환율은 1호주 달러에 930원 안팎.

아직 서호주 퍼스로 가는 직항편은 없다. 대구에서 퍼스로 가기 위해서는 부산에서 홍콩을 거쳐거나 인천공항에서 홍콩 경유 노선이 주 5회 있다. 문의는 캐세이패시픽항공(051-462-0332 www.cathaypacific.com/kr)이나 서호주정부관광청(02-6351-5156 www.kr.westernaustralia.com).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