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댐 물 부족·방류 못해 오래전부터 악취·쓰레기 넘쳐
29일 오후 1시쯤 공산댐에서 1km 떨어진 대구 동구 지묘동 주택가의 지묘교. 자동차 시트, 가구, 축구복, 패트병, 과자봉지 등이 부유물과 뒤섞여 하천에 널려 있었다. 하천은 온통 시커멓게 보였다. 팔공산 초입에 자리잡은 주택가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풍경이다.
이곳에서 전날 오후 동화천의 물고기 수십마리가 집단폐사했다. 동구청은 대구상수도사업본부에 요청해 28일 오후 4시부터 공산댐에서 1만5천t을 긴급 방류했지만 악취는 여전히 코를 찔렀다. 형용할 수 없는 매캐한 냄새와 지린내가 뒤섞여 행인들은 얼굴을 돌린 채 총총히 걸어갔다.
한 상인은 "어제 팔뚝만한 물고기가 입만 내밀고 헐떡헐떡 숨을 쉬는데 쳐다보기가 애처로웠다"며 "댐 바로 밑에 있으니 하천이 고일 수밖에 없고, 비가 오면 대로변의 쓰레기물까지 모두 휩쓸려가 '오염하천'으로 변한다. 이제 여름이 되면 벌레까지 들끓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구청은 최근 인근 한 아파트의 생활하수 차집관로가 막혀 오폐수가 하천으로 흘러들었고, 낮 기온까지 크게 올라 물고기 집단폐사가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곳은 수량이 적고 고여 있는데다 빗물 등에 오폐수가 함께 섞여 흘러들어가면서 오염지대가 된지 오래다.
하천정비 관리부서인 동구청 김규일 건설과장은 "금호강 경산경계부터 북구 검단동의 금호강 30km를 공공근로자 5명이 청소하는데 인력이 부족하다"며 "상반기 하천정비계획 대상에 넣고 청소, 방역을 강화하는 등 대책을 세우겠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곳 하천의 오염가속화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5월부터 우기가 시작돼 각종 폐수가 흘러들어가는데다 공산댐 수량도 크게 부족하다는 것. 상수도사업본부에 따르면 29일 현재 총수량 546만5천t의 공산댐은 38%정도밖에 차지 않았으며 이중 일일 생활용수 및 농수로 1만5천200t을 따로 쓰고 있다.
동구청 백낙권 오폐수관리 담당은 "공산댐에서 간헐적으로라도 물을 흘려주면 이렇게까지 오염되지 않을텐데 댐 수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며 "하천 준설을 해도 사정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서상현기자 ssang@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