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이야 사회봉사기관이야?" 곽병원

"병원이야, 사회봉사기관이야?"

의료기관인지 봉사단체인지 구별이 안 될 정도로 사회 참여에 활발한 병원이 있다. 바로 지역의 대표적인 사회봉사 의료기관인 곽병원. 의료봉사사업은 물론, 장학 및 노인복지, 문화 등 사회 거의 모든 분야에서 반세기 동안 묵묵히 봉사활동을 펼칠 정도로 그 뿌리와 범위가 깊고 넓다.

사회 봉사의 시작은 고인이 된 곽예순 곽병원 창업자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 곽예순 박사는 1952년 곽외과 의원을 개원하면서 극빈자를 대상으로 한 무료 검진과 진료를 시작했다. 곽 박사의 의료봉사는 지금까지도 이어져 시민건강교실, 무료 검진 및 수술, 정신대 할머니 평생 무료 진료 등으로 더욱 다양화·체계화됐다. 의료봉사뿐 아니다. 1970년대 실시된 국가 차원의 새마을운동에 앞서 이미 1964년부터 새마을사업도 시작했다. 청도 고향 마을에 전기 설치, 상수도 시설, 마을 공동창고 및 노인회관 건립, 마을 진입로 및 농로 확장 등 도로 포장, 유실수 보급 등 지역민을 위한 실질적인 봉사 사업을 벌였다.

이러한 곽병원의 사회봉사사업은 1979년부터 체계화·본격화된다. 병원의 재단법인 전환을 계기로 곽병원의 전 재산을 재단에 출연하고 대구경북으로 봉사활동이 확대됐다. 1984년 청도 풍각초교에 '화랑의 집'과 강당을 지어주는가 하면 각 초교에 피아노, 방송시설, 의자 등 교육기자재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또 사라져가는 농촌의 농기구를 보존하기 위해 1993년엔 청도 농기구박물관도 건립, 기증했다. 1997년엔 지역에서 처음으로 대구 중구 대봉동에 '운경학숙'을 만들어 가정형편이 어려운 우수 학생 30명을 무료 입소시켜 공부할 수 있도록 했다.

고령화사회를 대비, 각종 노인복지사업에도 일찍부터 관심을 가졌다. 1985년 전국에서 처음으로 노인그림그리기 행사를 시작, 지금까지 해마다 5월이면 대구경북 노인 1천500명을 초청해 그림 그리기와 음식 제공, 놀이 등의 장을 제공하고 있다. 또 1993년엔 지역에서 처음으로 주간노인보호센터인 '탁노원'을 개설해 낮에 혼자 계시는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교육 및 의료서비스, 프로그램으로 제공하고 있다. 1995년엔 곽병원 의료진이 직접 건강 강의하는 운경노인건강대학을 개설했다.

'뿌리찾기' 운동도 활발하다. 각 문중의 종택과 서원을 찾아 조상의 뿌리와 얼을 배우기 위한 '선현유적지 순례' 행사도 해마다 4차례, 10년 동안 실시했고, 책으로도 발간했다. 또 1970년대 망우당공원 홍의장군 곽재우 장군 동상 및 기념관 건립에 이어 1998년엔 망우당공원 내 임진왜란 당시 의병 320여명의 위패를 봉안한 '임란호국 영남충의단' 건립 등 호국 및 선열 사업에도 앞장서고 있다.

이러한 곽병원의 봉사정신은 후대로 이어졌다. 곽동협 현 원장은 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대표로 활동한 공로를 인정받아 1998년 대구경북여성연합의 '제1회 여성권익디딤돌상'을 받았고, '2004 밝은 사회를 위한 범죄 예방 한마음대회' 대통령상을 받기도 했다. 또 곽병원 내 간호사 등 직원으로 구성된 5개 모임을 만들어 장애인시설 봉사활동, 복지시설 무료진료, 노숙자 무료급식, 음악회 개최, 성금 지원 등 사회 봉사활동도 꾸준히 벌이고 있다. 이와 함께 전국에서 처음으로 매월 1일을 '환자의 날'로 선포하고 병원 이용자들에게 무료 검진 및 건강 상담을 하는가 하면 입원 환자들에겐 특식을 제공,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환경미화원들을 대상으로도 2년마다 무료 건강 검진하고 있다. 사회봉사활동뿐 아니라 의술도 전국에서 손꼽힌다. 2006년 맹장(중추절제) 수술 분야에서 전국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곽동협 곽병원 원장은 "곽병원의 장점이자 재산은 55년에 걸친 사회봉사 및 문화 사업을 통해 구축된 신뢰"라며 "앞으로도 노인전문병원 설립과 유·무료 양로원 설립 등 어르신들을 위한 사업과 사회봉사 활동을 계속 벌여나갈 계획인 만큼 사회봉사활동과 의료에서 최고가 되겠다"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