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규제 완화 폭 따라 흐름 결정될 듯
'봄철 이후 집값 어떻게 될까.'
총선이 끝나고 신규 분양 시장이 문을 열면서 지난해 이후 침체 국면을 걷고 있는 부동산 시장의 향후 행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부동산 시장은 정부의 규제책 완화에 대한 기대감과 물량 과잉 공급에 따른 가격 약세라는 두 측면이 팽팽히 상호 작용을 하고 있는 상태. 이에 따라 집값 또한 지난해 겨울 이후 뚜렷한 상승세나 하락 조짐 없이 약세장 속의 '정중동' 행보를 취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대구 부동산 시장은 지난해 이후 신규 공급이 줄었지만 입주 물량 급증이 시장 활성화의 가장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지난 정부 때 만들어진 각종 시장 규제책 변화에 시장의 향후 행보가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시장 활성화의 물꼬는 정부 정책
올해 대구 지역 입주 예정 아파트는 3만2천가구. 연평균 입주 단지의 두배에 달하는 물량으로 시장 활성화를 가로막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문제는 물량 과다에 지난 정부 때 만들어진 각종 부동산 규제책이 여전히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점.
부동산 114 이진우 대구·경북 지사장은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와 대출 규제 등이 이어진다면 매수세 약세가 이어질 수밖에 없고 과도한 입주 물량은 또다시 집값 하락을 이끌어 낼 것"이라며 "특히 입주가 집중된 달서구 지역 등은 매매 가격뿐 아니라 전세 가격 또한 하락세가 계속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여기에다 1만6천가구를 넘어선 미분양 물량은 정부 규제책으로 체질이 약해진 지방 부동산 시장에 있어서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존재.
미분양 물량 해소를 위해 건설사들이 부산 시장처럼 밀어내기식 '덤핑 처리'에 나선다면 시장 기초 가격 또한 무너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최근 들어 정부가 규제책 완화 행보에 나서고 있다는 점.
지방 대도시 민간택지에 대한 전매 제한을 폐지한 데 이어 공공택지도 전매 기간을 5년에서 1년으로 대폭 줄이기로 했다. 또 정부가 공약한 취득·등록세 인하도 조만간 실현될 것으로 보인다. 취득·등록세가 인하되면 현행 매매가격의 2% 수준인 취득·등록세가 1%로 떨어지게 된다.
하지만 이 같은 조치만으로 중병에 걸린 지방 부동산 시장을 살리기는 역부족이란 목소리가 높다.
화성산업 권진혁 영업부장은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유예나 미분양 아파트에 대한 세제 인하를 비롯해 대출 규제 완화 등 수도권과는 다른 정책이 하루빨리 도입돼야 시장이 활력을 찾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정부 규제 완화 시기가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대구건설협회 관계자는 "정부가 시장 친화적인 시각을 갖고 있지만 서울 강북과 수도권 일부 지역 집값이 여전히 불안한 조짐을 보이고 있어 규제 완화 정책을 펴는데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지방 대도시도 큰 범주로 볼 때 '선 집값 안정, 후 거래 활성화'란 정책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밝혔다.
◆집값의 행보는
대구 지역 아파트 가격은 당분간 반등 없는 약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정책 변화에 대한 기대감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호재가 없는 탓이다. 하지만 단지 입지나 분양 가격에 따른 차별화는 가속화될 전망이다.
또 원자재값 상승과 분양가 상한제에 따른 민간 아파트 공급 물량 감소도 장기적으로는 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분양 대행사 장백의 박영곤 대표는 "일단 지난겨울을 기점으로 시장 가격이 바닥점을 이어가고 있지만 시장 악재가 이미 반영된 만큼 추가적인 큰 시장가격 하락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가을 시장까지는 지루한 가격 약세장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신규 분양 시장은 현재 조금씩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올 들어 분양에 들어간 대다수 단지마다 지난해와는 달리 초기 계약률이 20~30%씩 올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분양한 삼성중공업의 범어동 쉐르빌 단지 계약률이 50%를 넘어선 것을 비롯해 지난 17일 분양한 북구 칠곡 지역 화성산업의 '매천 파크드림'과 SD건설 '칠곡 아이프라임' 단지도 초기 계약률이 30%를 넘어선 상태다. 또 3월 분양한 대림산업의 '중방 e-편한세상' 계약률도 40%를 넘어섰다.
이러한 추세에 대해 부동산 전문가들은 시공사들이 신규 단지 분양 가격을 경쟁적으로 내리고 있는데다 원자재나 땅값 상승으로 인해 향후 분양 가격 하락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진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부동산 114 이 지사장은 "전체적으로는 공급 물량이 많지만 주거 선호도가 몰리는 특정 지역이나 중소형 규모 아파트는 상대적으로 공급 물량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입지나 중소형 여부, 분양 가격 등에 따라 단지별로 가격이 차별화될 것으로 보이며 신규 공급이 없는 지역 아파트는 가을철 이후 가격 상승세도 나타날 것"이라고 밝혔다.
이재협기자 ljh200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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