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대 남성 접대부 '아빠방' 우후죽순

입력 2008-04-29 10:05:20

주부·회사원 탈선 겨냥 '아찔한 유혹'

남성 접대부를 고용하는 업소가 성업 중이다. 대구에만 50개가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호빠' '아빠방' '호다방' '탬버린 보이즈' 등으로 가격이나 역할에 따라 점차 분화되는 추세도 보이고 있다.

◆"몸 파는" 남성들

27일 오후 8시쯤 대구 남구의 한 상가 앞. 깔끔한 정장 차림의 30, 40대 남성들이 모여 담배를 물고 기다리다 중년 남성을 따라 주점이라고 적힌 지하업소로 들어갔다. 이들 30, 40대 남성은 접대부. 중년 남성은 술집 마담 역할을 하는 관리자다. 이들 접대부는 여성 손님들을 상대로 술 시중을 들고 팁을 받는다.

지난해부터 아빠방이 우후죽순 생겨나 여성들을 유혹하고 있다. 주로 20대 초반의 남성들이 일하는 호스트바와는 달리 아빠방은 웨이터, 실직자 등 예전 유흥업계에 종사했던 남성들이 많다. 3개월째 아빠방에서 일하고 있다는 A(36)씨는 "나이트클럽에서 일하다 수입이 좋다는 얘기를 듣고 이곳으로 옮겨 왔다"며 "술을 많이 먹는 게 고역이지만 한달에 몇백만원은 거뜬하게 번다"고 했다.

아빠방이 뜨면서 남성 접대부의 정년(?)도 대폭 연장됐다. 아빠방 접대부 B(35)씨는 "호스트바에서는 20대 후반이면 퇴물이 되지만 이곳에는 정년이 따로 없다"며 "30, 40대가 주류"라고 했다.

노래방을 운영하는 이모(32)씨는 아빠방을 열기 위해 준비 중이다. 새벽 2시까지 노래방 영업을 하고 그 이후부터 여성들을 상대로 '2부 장사'를 할 계획이다. 김씨는 "선배가 얼마 전 아빠방을 차렸는데 손님이 몰려드는 것을 보고 개업을 준비하게 됐다"며 "손님층으로 유흥업소 여성보다는 주부, 회사원을 겨냥하고 있다"고 했다.

아빠방이 뜨는 것은 호스트바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이다. 호스트바가 남성 접대부 1명 당 10여만원의 테이블비가 있는데 반해 아빠방은 테이블비가 없고 보통 술집 가격과 비슷하기 때문에 여성 손님들이 많이 찾는다는 게 업주 박모(41)씨의 귀띔이다.

접대부 외에도 남성 커피 배달부를 지칭하는 '호다방', 노래방에 온 여성들을 상대하는 '탬버린 보이즈' 등도 새로 등장했다. 호다방은 유흥업소 여성들이 주고객으로 술집 대기실 등에 커피 배달을 하며, 탬버린 보이즈는 노래방에서 흥을 돋우며 시간당 3만~5만원을 받는다.

◆단속돼도 처벌은 못해

남성 접대부가 밤 업소를 누비고 있지만 눈에는 거의 띄지 않는다. 업주들이 유흥주점 등의 간판으로 위장영업을 하고 있는데다 아빠방의 경우 '보도방'처럼 운영되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 한 업주는 "'지정'이라 불리며 유흥주점에 출퇴근하는 남성 접대부도 있지만 이곳저곳 옮겨다니며 업주에게 전화가 오면 남성 접대부를 보내주는 '호도방(남성 보도방)'이 훨씬 더 많다"고 했다.

관련법규가 미흡해 경찰 단속도 어렵다. 식품위생법에 따르면 유흥접객원은 손님과 함께 술을 마시거나 노래 또는 춤으로 손님의 유흥을 돋우는 '부녀자'로 규정돼 있어 남성 접대부를 고용하는 것은 처벌 대상이 아니다.

달서경찰서 신회철 강력1팀장은 "법규가 마련돼 있지 않아 단속할 근거는 없다"며 "19세 미만 청소년을 고용해 손님을 접대했을 때만 "청소년보호법"으로 처벌할 수 있을 뿐"이라고 했다.

임상준기자 zzu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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