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코리아(Buy Korea)'의 영광을 되찾아 한국 최고의 투자은행을 만들겠다."
지난 22일 현대증권 사장에 선임된 최경수(58) 전 조달청장을 만났다. 행시(14회)를 거쳐 세무공무원으로 공직을 시작, 기획재정부의 전신인 재정경제부 세제실장과 국세심판원장, 중부지방국세청장을 거친 최 사장은 증권업계에서는 드문 경제관료 출신 CEO다.
지난 1월 초부터 자리가 비어 있던 현대증권 사장에 최 사장이 선임되자 증권업계뿐만 아니라 지식경제부 등 관료사회에서도 의외라는 반응이 나왔다.
생소해 보일 법도 한 증권업에 대해 그는 "우리은행 감사위원장으로 2년 일하면서 은행 경영 전반을 봤다"면서 "증권업계라고 해서 낯설지는 않다"고 말했다.
현대증권은 대우증권, 삼성증권과 더불어 국내 3대 증권사로 꼽힌다. 외환위기 직후인 지난 1999년 '바이코리아' 펀드를 내놓아 선풍을 일으키면서 우리나라 증권업계에 본격적인 펀드 시대를 연 대표기업으로 꼽힌다. 직원수만 4천300여명이고 전국에 138곳의 지점이 있다.
이런 거대 조직을 잘 운영할 자신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나는 4천300여명의 직원이 있는 중부지방국세청장을 지냈고, 1천200여명의 조달청장직도 잘해냈다"
그가 증권사 사장이 된 것은 대구경북 출신이라는 지역적 연고도 한몫하지 않았을까 하는 데도 생각이 미쳤다. 그런 점을 묻자 역시 스스럼없이 대답했다. "고향이 경북 성주인데다 대구에서 경북고를 나왔으니 TK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그래서 대구경북 사람들이 주요 기반인 이 정부의 방향과 맞을 것이라는 점도 고려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구경북 출신이라는 사실은 참여정부 때는 승진에 결정적인 약점이었다. 세제실장을 맡고 있던 그는 세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위해 당시 한나라당 의원들을 자주 찾았다. 그런데 이런 활동이 친한나라당 성향이라는 꼬리표를 달게 했을까? 그는 국세청장 후보로 추천되었지만 '친한나라당 성향'을 이유로 중부지방국세청장으로 가게 됐다.
공직을 그만두고 계명대 교수로 지내던 중 4·9 총선을 앞두고 그는 한나라당 정책위원회 산하 거시경제재정분과위원장을 맡아 재정공약을 담당하면서 한나라당과도 정식으로(?) 밀접한 관계를 맺었다.
최 사장은 향후 정치권과의 관계에 대해 "정치를 하거나 내각에 들어가겠다는 생각은 별로 없다. 다만 지금은 자본시장통합법의 내년 시행을 앞두고 여수신 외의 모든 금융을 할 수 있도록 현대증권을 종합투자은행으로 탈바꿈시키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생각뿐"이라고 말했다.
최 사장은 18대 국회 진출에 성공한 한나라당 배영식(대구 중·남구) 당선자와는 고향 및 고시 선후배 사이로 재경부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가장 절친한 사이다. 최 사장이 세제실장일 때 배 당선자는 기획관리실장으로서 호흡을 맞추기도 했다. 또 그는 두산의 이재경 부회장, 박일환 대법관 등과 평소 자주 어울리고 김범일 대구시장, 김관용 경북지사와도 스스럼없는 사이다.
또 경제부처 수장들과의 평소 관계도 괜찮은 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획재정부 강만수 장관과는 세제실장 때 과장을 지냈고 차관 때는 국장으로 모시는 등 서로 업무스타일을 잘 아는 사이라고 밝혔다.
그는 관료 출신이라는 데 대한 선입견을 가지지 말라고 당부했다. "고위공무원으로 있을 때도 저는 뻣뻣한 공무원 스타일이 아니었다. 조달청장을 할 때도 기업형 정부로 만들려고 노력하면서 기업 경영하듯 했다"고 자평했다. 실제로 그를 만나보면 공무원 냄새는 별로 나지 않는다.
업무보고도 덜 받은 상태에서 인터뷰를 하면서도 그는 자꾸 현대증권을 통한 대구경북 경제 살리기 방안을 끄집어냈다.
우선 그는 대구경제의 회생 전망과 관련, "지금 어렵지만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다른 지역에 비해) 손해는 보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당장 지식경제자유구역 지정이 확정되고 오는 7월 경제자유구역청까지 만들어지는 등 여건이 개선될 경우 외국기업 유치 등도 조기에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지방대학에서 근무한 경험을 토대로 "지방대생의 취업이 잘 안 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확인했다"면서 "당장 현대증권에서는 지방대생 특히 계명대 등 지역 출신을 우선 선발하는 방안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다시 주말 부부가 됐다. 경북대에서 교수로 근무하고 있는 부인 조현주씨와 주중 이별을 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그는 "2년간 함께 산 시절은 신혼처럼 달콤했는데 그게 참 아쉽다"며 웃었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탄핵안 줄기각'에 민주 "예상 못했다…인용 가능성 높게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