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위원석] 매일신문에 거는 기대

입력 2008-04-28 07:00:00

나는 조간신문을 읽는 일로부터 하루를 시작하는 편이다. 매일신문 독자위원이 된 뒤부터는 신문 보는 시간이 늘었다. 석간인 매일신문을 챙겨 두었다가 저녁 시간쯤에 읽기 때문이다.

조간과 석간은 나름대로 장점과 단점이 있을 터인데, 주위 분들이 '석간신문은 대체로 볼거리가 적다'고 하신다. 대부분의 중앙 일간지들이 조간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인터넷 포털 사이트들도 실시간으로 뉴스를 전파하고 있으니 그런 의견도 충분히 나올 만하다.

특히, 지방 석간신문의 경우 어지간히 애를 써서 제작해도 좋은 평가를 받기가 쉽지 않을 듯싶다. 굵직한 전국 뉴스는 다른 매체를 통해 접했고, 지역 뉴스는 비중이 작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기획기사나 전문가 칼럼도 중앙지에 비해 그리 높은 수준으로 보이지 않는다. 시장 사정도 경영 여건도 중앙에 비해 나을 게 없으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매일신문에 거는 기대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여러 가지 어려운 사정 속에서도 독자들의 비판을 수용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독자위원회'의 구성·운영이 그런 노력의 일환일 것이다. 또, 경영 책임을 맡고 있는 종교 재단의 바른 언론관을 믿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지역 발전에 이바지하겠다는 직원들의 다짐과 올곧은 언론 문화 창달에 대한 직원들의 의지를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외람되게도 매일신문에 거는 기대를 말하려 한다.

첫째, 독자층이 다양하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분석·비판·대안 제시'가 담긴 기사를 많이 실어 주면 좋겠다. 사회나 지역 발전을 위한 관점이 내포된 기사를 보고 싶기 때문이다. '사실'을 전달하는 데 그쳐서는 오피니언 리더의 기능을 다할 수 없다. '균형적인 시각'은 관계자들의 의견을 있는 그대로 노출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두루뭉술하게 양비양시론으로 나가거나, 추상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수준을 넘어서면 좋겠다.

둘째, 전문화된 심층 기사를 보고 싶다. 지금도 부문별로 전문화한 지면을 상당 부분 제작하고 있지만, 지면을 특화하는 단계를 넘어 역량 있는 필자들의 글을 자주 읽을 수 있으면 좋겠다. 내용에 따라 담당 기자나 데스크 필진들이 감당할 부분도 있고, 관련 분야 전문가가 필요한 부분도 있을 것이다. 전문성이 바탕이 된 취재·섭외 등을 위해서 '전문기자' 시스템의 도입도 고려해봄 직하다.

덧붙여, 교육 관련 문제를 다룰 때는 현상적인 부분 속에 숨어있는 본질을 고려해 보는 노력을 담으면 좋겠다.

최근 '학교 자율화'와 관련해서 매일신문에서도 다른 많은 신문들과 마찬가지로 0교시, 심야 학습, 우열반 편성 등에 초점을 맞춘 기사, 사설 등을 싣고 '부작용이 우려된다, 지혜롭게 논의하라' 등의 메시지를 전했다.

0교시로 대표되는 교육 문제들은, 학교 사회를 '소질과 적성을 개발하는 초등·중등 교육'과 '공부하는 대학 교육'의 구조로 만들지 않고서는 쉽게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남과 경쟁하는 구조'를 '나와 경쟁하는 구조'로 바꾸어야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른바 '교실 붕괴'가 수준 차 큰 학생들을 한 교실에서 가르치면서 벌어진 일임을 알아야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또, 평준화 제도 도입 후 광범위하게 퍼진 '차이를 차별로 인식하는 오류'를 불식시켜야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또, 모든 국민이 교육 전문가(?)인 우리 나라에서 교육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거나, 바른 의견을 가리기는 정말 어렵다. 이상을 중시하는 쪽은 현실을 도외시한 채 주장하고, 현실을 중시하는 쪽은 이상론을 허황된 이론쯤으로 몰아붙인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주장이 타당하다고 하니 내용을 아는 나도 답답한데 내용을 모르는 시민들은 더 답답할 것 같다.

더구나 개인이 직면해 있는 상황이나 개인의 이해 관계에 따라 수시로 논리가 바뀔 수밖에 없는 것이 교육 문제이다 보니 사실이나 현상을 있는 그대로 보도하는 것도 조심스럽게 접근하면 좋겠다는 뜻이다.

어떤 일이든 당사자들은 이것저것을 세심하게 고려해서 처리하는데 훈수하는 사람은 아무것도 가리지 않고 함부로 말하게 됨을 깨달으니 부끄럽기 그지없다. 그래도, 지역 발전을 선도하는 매일신문, 지역 인재 육성에 큰 도움을 주는 매일신문의 모습을 떠올리면 덜 부끄러워진다.

박정곤(대구시교육청 장학사)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