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봄날 집뒤 담장 밑 한쪽에 작은 화단을 만드셨다. 집과 멀리 떨어지지 않은 야산에서 흙을 몇 번 가져다 만드신 것이다. 힘드신데 하시지 말고 TV나 보시며 편히 계시라 해도 걱정 말라 하신다. 열심히 가꾸신 1평 남짓한 화단에 꽃은 심지 않으시고 상추씨 조금, 고추 몇 포기, 가지 몇 포기 골고루 심으셨다. 햇볕이 잘 들지 않는 곳이라 잘 자라지 않아도 열심히 가꾸신다.
어쩌다 고추, 가지가 열매를 맺으면 제일 작은 것만 따주시며 조금 더 키워서 수확하시겠다고 말씀하신다.
언젠가 빨간 고추가 될 거라는 훗날을 기약하는 희망의 기다림이었다. 장마철 배수가 되지 않아 식물이 썩어버리면 뿌리째 뽑아내고 또 다른 씨앗을 뿌리고 다른 작물을 모종해 심으신다. 그러기를 몇 번, 추운 겨울이 오면 흙으로 평평하게 잘 고르시고 내년 봄을 기다리신다.
이듬해 봄이 되어 언 땅이 녹을 무렵이면 작은 화단을 손질하신다. 평소에 비좁아서 다니기가 불편하여 아버님 안 계시면 깨끗이 치워버리겠다고 항상 마음먹고 있었다. 그러길 10여년, 아버님은 돌아가셨다.
어느 날 집뒤 모퉁이에서 소리가 나서 가보니 남편이 아버님이 하시던 그 일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아버님이 돌아가시면 화단을 없애버리겠다고 한 남편이었는데 어느새 남편나이가 들어가는 것이었다.
8부능선을 오르고서야 7부능선 내려다볼 수 있음을 어찌 몰랐을까. 그곳에 올라야 내려다볼 수 있음을…. 아버님 그 순수함을 사랑합니다.
윤숙자(경북 구미시 신평1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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