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자원봉사단, 노인복지센터서 폭소 선물
"웃기는 선생이 또 왔네."
장애인의 날인 지난 19일 오후 1시 45분 대구 북구 태전동 가나안노인복지센터. 이곳 가나안빌리지 2층 프로그램실을 가득 메운 70여명의 할머니·할아버지들이 반색을 하며 웃음자원봉사단(Fun Volunteer)을 맞았다.
"큰 누님들, 자리에 둘러앉아 주이소. 언니들은 가발이랑 안경 좀 써 주이소."
웃음자원봉사단을 이끄는 배기효(54·대구보건대학 사회복지과 교수) 단장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왔다. 함께 온 8명 단원들의 손놀림도 바빠졌다. 70여명의 할머니·할아버지 사이를 돌아다니며 느린 손놀림을 돕느라 그랬다. 재단 소속 자원봉사자들도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의 손발이 돼주느라 여념이 없다.
웃음자원봉사단은 지난해 6월 대구보건대학에서 결성된 전국 최초의 웃음 치료 자원봉사단이다. 웃음 치료 전문사 자격증을 가진 175명을 회원으로 두고 있다. 봉사단은 치매 환자나 장애인 등 뜻하지 않은 시련 때문에 웃음을 잃은 이들에게 웃음을 되찾아주는 봉사 활동을 한다. 이들은 뿅망치와 삑삑이, 사자웃음안경, 밧줄 등 50여 개가 넘는 소품과 마술 등을 통해 웃음을 이끌어낸다.
이날도 먼저 배 단장이 마이크에 끈을 달아 목에 둘러맸다. 본격적인 웃음치료 봉사 활동이 시작됐다. 마법사 고깔 모자, 파마머리 가발, 토끼 귀 등을 머리에 두른 자원봉사자들이 어르신 사이를 오가며 흥을 돋우었다. 'LOVE'란 글자가 찍힌 안경을 끼고 별 스티커가 반짝이는 마법사 모자를 쓴 배단장이 분위기를 이끌었다.
음악이 흘러나오면서 분위기는 더욱 고조됐다. '남행열차'에 이어 '동반자' 유행가가 흘러나오자 자원봉사자들의 동작을 따라하며 어르신들은 손뼉을 쳤다. 그 표정들이 더 밝아졌다.
한바탕 신명나는 노래와 율동이 끝난 뒤 배 단장과 단원들이 나란히 섰다. "우리는 웃음으로 섬깁니다. 아하!"라는 말과 함께 몸 풀기 동작들이 이어졌다. 단원들이 웃음 체조, 웃음 인사, 웃음 스트레칭, 웃음 폭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쏟아내자 어르신들은 모두 이들을 따라했다. 노래의 끝맺음은 항상 '하하 하하하' 박장대소다. 연세 많은 분들을 위한 특별 메뉴인 '건강 박수'와 혈액 순환을 돕는 동작이 어르신들의 얼굴에서 세월의 깊은 주름을 없애는 파안대소를 이끌어냈다.
봉사단과 이곳 어르신들과의 만남은 이번이 네번째. 이들을 대하는 할머니·할아버지들의 표정과 태도도 많이 살가워졌다. 사람이 그리운 이곳 어르신들은 한달에 한번씩 찾아오는 웃음자원봉사단을 손꼽아 기다릴 정도가 됐다. 1시간이 흐른 뒤 웃음봉사단은 "우리는 웃음으로 섬긴다. 웃자!"라고 힘차게 외치며 행사를 마무리했다.
이날 웃음자원봉사단은 바쁜 하루를 보냈다. 특별취재차 내려온 서울의 복지TV(WBC) 촬영팀도 단원들과 같이 움직였다. 가나안노인복지센터에 오기 전에 대구시 북구 성보재활원에서 봉사 활동을 하는 등 이날 아침 일찍부터 강행군을 벌였다. 어르신들이 모두 자신의 방으로 돌아간 뒤 웃음자원봉사단은 케이블 방송사 촬영을 마무리하고 행사 총평을 한 뒤 다음 일정을 짰다. 식당에서 간단한 다과를 들며 장애인의 날 봉사 활동을 매듭지었다. 시간은 어느덧 오후 4시가 넘어 있었다.
♠ "잠자는 웃음근육 깨우면 암까지 도망가" 배기효 단장의 예찬론
배기효 단장은 웃음 예찬론자다. 그가 벌이는 웃음자원봉사도 웃음의 생활화를 위한 방편이다. 사람 좋아 보이는 그의 얼굴에도 웃음이 가득했다.
"15초간 웃으면 1년을 더 살 수 있습니다. 30초간 웃는 것은 9분간 노젓기, 20분간 에어로빅하기 또는 200m를 달리기하는 것과 맞먹는 운동입니다. 90㎈의 열량을 소비하기 위해서 섹스는 10분, 테니스는 20분, 등산은 25분이 걸리지만 웃음은 3분이면 됩니다."
한국인은 웃음에 인색하다고 했다. 40대 이후 웃음이 줄어들어 50대엔 절반 수준이 된다. 웃을 때 움직이는 근육도 굳어 버린다. 그 근육을 깨워야 한다. 자꾸 웃는 연습을 하면 이 근육들이 웃는 법을 기억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일상에서도 웃음이 자연스레 나오게 된다는 것이다.
배 단장은 웃음이 가진 치료 효과를 강조했다. 경북 청도의 한 노인병원에서 1년간 웃음치료를 했더니 "어르신들의 불평이 없어졌다"는 말을 직원들이 하더라고 했다. 그는 "웃음으로 인해 삶에 긍정적 변화가 생겼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웃음의 효능을 과학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웃으면 1천억개의 뇌세포가 자극된다. 그래서 하루 종일 웃음자원봉사 활동을 해도 피곤하지 않다. 암세포를 잡아먹는 NK(Natural Killer) 세포도 웃음을 통해 30% 이상 활성화된다"고 했다.
그는 6월부터는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웃음자원봉사단 '예스 펀 볼런티어(Yes Fun Volunteer)'를 창단할 예정이다. "장애인 시설에 직접 가서 방과후 학습과 함께 웃음치료를 같이 할 생각입니다. 대학 내 동아리 4개 등을 활용해 전문적인 치료 활동을 펼치려고 해요."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사진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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