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대학생과 미군 가정이 만나 서로 친분을 나누는 '한미친선써클'. 누구의 강요가 아니라 참가자들이 스스로 자원해 이루어지는 모임이다. 6개월을 주기로 진행되는 이 모임에 매년 꼭 참석한다는 19지원사령부의 에머슨 소령(33). 그가 친선써클을 꼬박꼬박 찾는 이유는 단 한가지다. 한국을 알고 싶어서, 한국을 느끼고 싶어서다. 그가 처음 한국 땅을 밟은 건 1998년 동두천이었다. 12시간이 넘게 비행기를 타고 찾아온 한국 땅은 그에게 낯섦 그 자체였다. 한국인들은 대하기 어려웠고 차가운 이방인으로만 느껴졌다. 1년의 근무기간 동안 달리 좋은 기억도 없이 본국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2003년 대구로 발령을 받아 다시 한국을 찾게 됐다.
"대구는 동두천과 느낌이 달랐어요. 도시는 작고, 고요했지만 시민들의 따뜻함에 반했어요. 이렇게 시민들과 자주 만날 기회를 갖게 돼 감사할 따름입니다."
에머슨씨는 자원해서 한국에서의 임무를 연장했다. 1, 2년 근무 후 본국으로 돌아가는 게 보통이지만 그는 5년째 한국에 남아있다. 한국인 아내를 만나 결혼도 했고, 예쁜 딸과 아들도 얻었다.
설이나 추석이 되면 아내와 함께 한복을 입고 친척들을 찾아다니며 한국식으로 인사를 드린다. 그렇게 하면서 한국말도 조금씩 배웠다고 했다. 한국에 산 지 5년밖에 안 되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물김치만은 한국인만큼 잘 만들 수 있다고 자랑도 한다.
"언젠가는 제 임무가 끝나서 본국으로 돌아갈 날이 오겠죠. 하지만 퇴직 후에는 아내와 함께 한국에서 살고 싶습니다."그에게 한국은 노후를 보내고 싶은, 가족처럼 편안한 곳이었다.
김희정기자 jju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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