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텅이 혜택' 외지기업, 세수·일자리 창출은 "글쎄…"

입력 2008-04-23 09:39:57

[외지업체 대구진출 약인가 독인가] ④제조업

▲ 2000년 이후 제조업 분야에서도 외국 및 역외 기업의 대구진출이 급증하면서 지역 경제의 한 축을 형성하고 있지만 지역 사회 공헌에는 무관심하다. 이채근 기자 mincho@msnet.co.kr
▲ 2000년 이후 제조업 분야에서도 외국 및 역외 기업의 대구진출이 급증하면서 지역 경제의 한 축을 형성하고 있지만 지역 사회 공헌에는 무관심하다. 이채근 기자 mincho@msnet.co.kr

2006년 4월 구미에서 대구로 이전한 LCD TV 및 산업용 정보디스플레이(DID) 업체 디보스(DIBOS). 성서산업단지 옛 삼성상용차 노른자위 땅에 2만4천여㎡를 분양받고 인센티브 12억원까지 받았다. 공장부지(3.3㎡ 73만원)는 3.3㎡ 당 10만원씩 차액보전을 받아 7억3천여만원을 혜택받았다.

그러나 이 회사 사장은 지난해 10월초 인터랙티브미디어에 경영권을 양도하고 물러났다. 디보스는 설립초 90여명에 이르던 직원을 상당수 구조조정중이고 다른 부문으로의 사업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디보스가 아예 문을 닫은 것은 아니지만 엄연한 기업유치 실패사례. 일자리 줄어드는 대구의 산업여건상 많은 인센티브를 주고서라도 외자기업과 역외기업 유치는 고육지책일 수 밖에 없다.

IMF 이후 외자나 기업들의 지역진출이 늘고 있지만 일자리를 만들고 지방세수를 늘리는 등 지역경제 기여도를 엄밀히 따져 볼 필요가 있다.

◆외자 및 기업10년, 성과는

작년 12월 현재 외국인들이 투자하고 있는 기업은 264개에 이른다. 주요투자 국가는 이스라엘, 일본, 미국, 핀란드, 프랑스, 독일 순으로 직접 진출보다는 대부분 합작법인 형태를 띠고 있다. 외자와 역외기업 유치는 1998년 대한중석을 인수한 이스라엘 이스카사를 시작으로 본격화됐고 특히 김범일 대구시장체제가 출범한 2006년 이후 외자와 역외기업 유치가 급증했다.

2006년부터 지난 3월까지 외국인 투자기업만 7개업체 2억7천800만달러에 이르고 2007년 한 해 동안 SHEC(기계장비), REC(태양광발전업), ESTAM(의료제조 및 판매), TECSAN(건설기계 부품) 등 4곳의 외국인 투자기업을 유치했다. 역외기업 유치도 STX엔파코 등 13개업체 1천988억원을 유치, 2천61명의 고용창출이 예상된다고 대구시는 밝히고 있다.

2006년 이후 대구시의 투지유치 실적은 국내 역외기업 13개, 외국인 투자기업 7개, 컨택센터 11개로 유치기업 31개, 투자금액 5천200여억원, 고용창출 5천50여명에 이른다.

◆투자유치 실은, 기여도 부족

대구시가 투자유치를 자랑하는 상당수 기업들은 구미에서 이전한 기업들이다. 최근 3년간 구미와 창원 등지에서 온 기업만도 쉘라인, KTV글로벌, 참테크, 디보스, 대호MMI 등 역외기업 유치의 절반이 넘는다. 대기업 계열이나 수도권에서 온 기업들은 STX엔파코를 제외하고는 찾아보기 드물다. 그야말로 '윗돌 빼 아랫돌 괴는 식'이다.

경북도 관계자는 "구미에서 대구로 가는 기업들은 구미의 삼성, LG 등 대기업의 복리후생과 근무조건을 따라가기 힘들어 인력확보가 쉽지 않고 또 대기업으로 이직하는 경우가 많아 상대적으로 인력확보가 쉬운 대구로 자의반 타의반 이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창원에서 오는 기업도 창원의 공장부지가 바닥난데다 그나마 확보가능한 부지도 지가가 3.3㎡ 당 400여만원에 이를 정도로 비싸기 때문에 100만원 밑으로 용지확보가 가능한 대구로 온다는 것.

대구시는 기업유치 인센티브로 분양가 차액보전, 고용 및 교육보조금지원(최대 6개월), 투자규모에 따른 현금 지원 등을 하고 있다. 세수증대는 투자유치 후 5~10년간은 유예돼 지방세수 효과는 당장 기대하기 힘들다. 취·등록세 경우 외자기업은 10년간 면제, 이후 3년간 50%를 받고 역외기업들에게는 5년간 면제, 3년간 절반을 징수하고 있기 때문.

일자리창출도 당초 계획만큼 실천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 컨택센터의 경우 일부 업체는 충원률이 50%대에 머물고 있고 대부분 70~80%에 그치는 등 당초 약속한 고용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또 고급인력에 대한 일자리창출은 기대이하이고 기업규모가 클수록 비정규직과 파트타임 직원이 많다. 성서공단에서 매출이 가장 많은 한 기업의 경우 첨단업종이긴 하지만 생산라인에는 비정규직과 시간제근무자가 3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자기업이나 역외진출 기업일수록 지역사회 공헌에는 더 무관심하다. 매출 1조원이 넘는 역외 진출기업은 연간 1억원도 안되는 성금만을 내는 것이 유일한 사회공헌사업이고 매출 2천500억원에 순익 500억원이 넘는 한 외자기업도 지역 공헌사업에는 아주 소극적이다.

◆장기 투자유치전략, 검증시스템 아쉽다

대구시가 주력하고 있는 IT 기업이나 첨단업종일수록 유치에 위험부담도 따른다. 기술진화와 사업환경이 급변하는 이들 업종 특성상 단기간에도 기업생존이 위태로울 수 있고 경영환경도 급변한다. 이 때문에 실적에 급급한 '묻지마 유치'보다는 대구의 미래 산업정책에 부합하고 연관효과를 살릴 수 있는 기업유치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 이를 위해 기업장래성과 유치효과를 정밀히 분석할 수 있는 검증시스템도 필요하다.

신장철 대경창업투자 대표는"대구시 기업유치위원회를 통해 검증을 하지만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외부 전문가집단을 활용하는 기업검증시스템을 만들고 5,10년 뒤 산업트렌드를 빨리 읽고 지역에 맞는 업종을 유치하는 전략과 전문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춘수기자 zapper@msnet.co.kr

▨ 성기룡 경북도 투자통상본부장 "대구·경북 연관 기업 유치에 집중해야"

"외국 기업은 반드시 연관산업이 발전된 곳에 들어옵니다. 국내 최고의 의료·교육, 섬유인프라를 살려 교육, 의료, 연구 분야 기업과 R&D 투자, 섬유패션·디자인 기업 유치에 집중해야 하지 않을까요."

경북도 성기룡 투자통상본부장은 대구는 단일 도시권인데다 공단이 부족해 외자나 역외기업을 유치하는데 고충이 많겠지만 대구만의 '투자특화'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5년, 10년 뒤 산업트렌드를 읽고 장기적 관점에서의 투자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와 함께 경북과 연계한 투자전략을 짜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성 본부장은 이같은 산업흐름을 파악, 경북도는 구미의 IT산업, 영천 하이브리드 부품산업, 포항의 연료전지, 영덕 풍력, 경주의 원자력분야 등 에너지 분야 연관산업 효과를 살리기 위해 신재생 에너지산업에 투자유치를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이같은 연장선상에서 동해안에너지클러스터도 추진하고 있다는 것.

도는 최근 1년에만 오릭스(ORICS), 유프론(EUPRON), 이치오나, 엑슨모빌(EXON MOBIL) 등 에너지 관련 다국적기업이거나 세계적인 기업들을 유치했다.

성 본부장은 앞으로 구미 5 국가공단, 대구 국가과학산업단지, 영천 산업단지는 물론 전국에 대형 산업단지가 조성되면 투자유치가 더 힘들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대구 경북간은 물론 전국 지자체의 투자유치 경쟁이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경제자유구역이 좋은 계기가 될 것입니다. 다른 지역은 한 권역인데 반해 대구경북은 구미-대구-경산-영천- 포항으로 산재돼 있어 이들 지역끼리 시너지효과를 내면서 지역별 특징을 살리는 방향으로 투자유치 전략을 짜야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구도 큰틀의 투자전략을 만들고 특화하는 것은 물론 경북과의 협력을 통한 연관효과를 살려야 할 것으로 봅니다."

이춘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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