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만에 70,80만원 날렸네" 영천·상주 우시장 가보니

입력 2008-04-22 10:25:10

22일 오전 5시 30분 영천시 작산동 우시장(영천가축시장).

5일장으로 열리는 우시장에는 경매시간인 오전 7시에 맞춰 소를 실은 트럭들이 속속 도착했지만 거래는 한산했다. 평소 200여두가량은 나왔지만 이날 출장수는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고, 그나마 거래 성사율마저 평소 30%에도 못 미친 10%대를 보여 분위기는 냉랭하기만 했다.

마리당 가격대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한우 사육농 김덕림(60·영천시 임고면 사동)씨는 "암소 596kg짜리 생체 가격을 453만원가량 받았는데, 종전 같으면 494만원은 받을 수 있었다"고 했다. 우시장 경매인들은 "지난 장에 7개월 된 수송아지 한 마리가 200만~220만원에 거래됐으나 오늘은 150만원대를 보였고, 암송아지는 110만원대로 뚝 떨어졌다"고 했다.

축산농가들이 새끼를 치지 않는 수송아지를 비육우로 키워 곧바로 시장에 내놓으려는 단타 위주의 사육 심리가 시장에 반영된 것이다. 임신우(초임)도 80만원가량이나 하락했으며, 좀처럼 가격변동이 없던 600kg 기준 수소(거세우)마저 60만~70만원이 떨어졌다. 우시장의 경매가 시작되면 30분 만에 장이 끝나는 게 보통인데 이날은 8시가 넘어서도 장이 끝나지 않았다.

22일 오전 6시 30분 상주시 지천동 상주축협 가축시장도 한미 소고기 협상의 충격파 속에 바닥을 헤매고 있었다. 상주 우시장에는 5일 전에 비해 팔려는 소들이 30% 이상 더 쏟아져 나왔으나 좀체 매기가 나타나지 않았다. 7개월짜리 수송아지 주인은 "200만원은 줘야 판다"고 고함쳤지만 "180만원 이상으로는 살 수 없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상주 낙동면 비룡리 정재효(58)씨는 "지난 17일 장날에 8개월짜리 암송아지를 233만원에 팔았지만, 오늘은 204만원에 팔아 29만원을 손해 봤다"면서도 "그나마 다행"이라고 했다. 상주 은척면 공상리 박재일(67)씨가 내놓은 6개월짜리 암송아지는 107만원에 거래되기까지 했다. 박씨는 "지난 장날만 해도 7개월짜리 암송아지를 193만원에 팔았는데, 5일 만에 86만원이나 떨어졌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상주축협 중개인 손한근씨는 "보통 하루 10여두는 거래를 성사시켜 왔는데, 오늘은 겨우 두마리를 팔았다"며 "도대체 살 사람이 없다"고 했다.

이날 송아지 거래는 정부의 송아지 안정기준 가격 155만원마저 사실상 붕괴됐다. 시장에는 정부의 근본적 대책 마련과 함께 축산농들의 심리적 안정대책도 내놓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가득했다.

상주·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영천·이채수기자 csl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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