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위해 운동화 샀습니다"
4·9총선은 한나라당 핵심실세의 무더기 낙선과 무소속의 대거 당선 등 많은 화제와 이변을 낳았다. 그만큼 화제의 당선자도 많았다. 이번 총선에서 새로 금배지를 달게 된 화제의 당선자들의 면면을 몇차례에 나눠 소개한다.
4·9총선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 3월 27일, 처음으로 경기지역 지원유세에 나선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가 가장 먼저 찾은 곳이 화성이었다. 이 지역은 박보환(52) 당선자가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한 곳이다.
박 당선자는 이번 총선에서 당선된 유일한 한나라당 사무처 당직자 출신이다. 지난 1984년 민정당 공채 6기로 정치권에 첫발을 내디딘 그는 민정당이 신한국당, 한나라당으로 간판이 바뀌는 동안 당 사무총장과 원내대표 및 총재 등 고위당직자를 보좌하는 등 사무처 당직자로 한우물을 판 끝에 24년 만에 금배지를 다는데 성공했다. 강 대표와는 원내총무시절 보좌역으로 모신 인연으로 맺어진 사이다.
지난 9일 당선이 확정되자 그는 소리없이 눈물을 흘렸다. 누구보다 기뻐할 부인 송순철(48)씨가 함께 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송씨는 8년째 말없이 자리에 누워있다. 박 당선자는 선거 전 자신의 블로그에 '아내를 위해 운동화를 샀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결혼전 사람들은 아내에게 탤런트가 아니냐고 물었습니다. 결혼 후 아내는 '충청도 아줌마'로 불리던 인심좋은 여자였습니다. 그런 아내가 갑자기 의식을 잃었고 '선천성 뇌혈관기형'이라는, 태어나서 처음 듣는 이름의 병이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8년을 식물인간으로 누워있는 아내. 그러나 나는 단 한순간도 희망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당장이라도 일어나 운동화를 신고 함께 뛸 것만 같습니다."
그는 아내의 쾌유를 빌면서 함께 선거운동에 나서줄 것을 바라면서 누워있는 아내의 머리맡에 운동한 한 켤레를 놓아뒀다. "기적이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이 병에 걸린 사람의 3분의 1이 어느날 기적같이 자리를 차고 일어나기도 하고 3분의 1은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제 아내가 그토록 바라던 국회의원이 되었으므로 그녀도 훌훌 털고 일어나 내조를 해 줄 것으로 믿습니다." 그 때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다니던 딸과 아들은 이제 대학4학년과 군복무에 나설 정도로 세월이 흘렀다.
경북 청도출신으로 경북중고와 영남대를 졸업한 그가 낯선 경기도 화성에서 국회의원에 도전하게 된 것은 한나라당 경기도당 사무처장을 지내면서 "'살인의 추억'의 무대로만 각인된 신도시 화성을 새롭게 바꾸고 싶은 충동을 억제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어차피 정치를 할 바에야 할 일이 많은 곳에서 시작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동탄 신도시 등이 속속 들어서면서 1년 사이에 기존인구의 30%에 해당하는 규모의 새로운 인구가 유입될 정도로 화성은 활력에 넘친 전국 최초의 유비쿼터스 도시"라고 말했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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