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간 의료제도 폐혜 다룬 영화 '식코'

입력 2008-04-19 07:05:56

정치인 후원금 몰두할때 환자는 적대국 쿠바로…

▲ 영화
▲ 영화 '식코'의 포스터.

영화 '식코'(Sicko : 환자를 뜻하는 속어)는 재미있다. 다큐멘터리는 자칫 지루하고 따분할 수 있고, 게다가 머나먼 미국 이야기이다 보니 더욱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기자는 영화를 보면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고 '하하하' 웃기도 했다. 민간의료보험에 국민의 보건의료를 맡긴 채 정치 후원금 따먹기에 정신없는 미국 정치인들을 보며 분노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진료비를 받기는커녕 집에 잘 돌아가라며 교통비를 주는 영국, 한밤중에 마치 콜택시 부르듯 의사를 부르자 하찮은(?) 복통에도 마치 큰일난 것처럼 달려가는 프랑스를 보며 허탈하고 짜릿한 웃음을 짓기도 했다. 미국인들에게 '악마의 나라'로 알려졌던 쿠바를 찾아간 미국인 환자들이 공짜로 진료받는 모습은 압권이었다. 미국에서 120달러에 판매하는 치료약을 쿠바에서는 단돈 5센트로 살 수 있었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다행스럽게도 국민건강의료보험이라는 국영의료보험을 통해 국민들은 최소한의 의료서비스를 착실히 제공받고 있다. 아직 보험이 미치는 범위가 선진국에 미치지 못해 중대 질병에 걸렸을 경우, 환자가 부담해야 할 돈이 적잖은 부담이 되기는 하지만 그래도 미국보다는 나은 편이다.

하지만 정부가 의료산업화를 빌미로 민간 의료보험 활성화를 내세우고 이를 위해 '당연지정제 폐지'를 서두를 것이라는 데에 생각이 미치자 등골이 오싹해졌다. 전국민 대상 의료보험제도가 없는 유일한 산업화 국가이며 1인당 의료보험 지출액이 세계 최고임에도 불구하고 매년 1만8천명이 보험이 없어서 죽어가는 나라. 바로 그 미국을 닮아보겠다고 추진하는 것이 의료산업화이며, 이를 위한 중간단계들이 민간의료보험 활성화, 당연지정제 폐지 등이다.

목재 절단기에 잘린 두 손가락을 접합하는 비용이 너무 비싸서 손가락 하나만 1천200만원을 주고 붙이고 나머지 손가락 마디(접합비용 6천만원)는 쓰레기 매립장에 버릴 수밖에 없는 나라, 너무 뚱뚱하거나 너무 말라서 보험 가입이 안 되는 나라, 환자에게 보험금을 지불하지 않을 핑계를 어떻게든 많이 찾아내는 의사에게 보너스를 주는 나라. 이런 나라가 미국이다. 새 정부는 왜 프랑스와 영국, 캐나다는 아니고 굳이 미국을 닮으려고 애쓸까.

9·11 테러를 다룬 '화씨 9/11'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마이클 무어 감독이 어처구니 없는 미국 의료보험제도의 모순을 고발한 영화가 식코다. 네티즌들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식코 관람을 강력히 권하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만약 앞으로 대한민국 의료산업화를 촉구하는 법안이 발의된다면 이 법안의 이름에는 반드시 발의자의 이름을 붙일 것을 강력히 제안한다. 그래야 먼 훗날 집에서 직접 상처를 꿰매고, 보험료가 없어서 치료조차 못받고 죽어갈 때 누군가에게 욕이라도 할 수 있을테니까.

김수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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