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호의 친절한 오페라] 희가극은 비가극의 막간에서 기원

입력 2008-04-19 07:30:33

▲ 오페라
▲ 오페라 '마님이 된 하녀'

희가극은 비가극의 막간에 탄생했다.

오페라가 귀족적인 예술이 아니라는 사실은 이미 이야기한 바 있다. 그런데 오페라를 본 많은 분들이 자신이 본 오페라는 해피엔딩이며 비극도 아니고 웃겼다는 말을 한다. 그렇다. 오페라에는 희가극이라는 장르가 따로 있는 것이다.

희가극(喜歌劇)을 '오페라 부파(opera buffa)'라고 부른다. 지금까지 이 코너에서 거론해 온 오페라들―이미 설명했듯이―은 모두 '비가극'들이다. 즉 그냥 '오페라'라고 하는 것은 당연히 비가극(悲歌劇)을 지칭하는 것이요, 희가극만을 특별히 오페라 부파라고 따로 부른다. 오페라에서는 여자 주인공들이 모두 희생되어 목숨을 잃는다고 너스레를 떨었던 것은 비가극을 두고 한 말이었다. 희가극과 비교해서 비가극을 부를 때만 가끔 '오페라 세리아(Opera Seria)'라는 말을 쓸 뿐이다. 오페라 세리아는 비가극이라기보다는 '정가극(正歌劇)'이라는 번역이 더 좋다. 즉 광의의 오페라는 오페라 전체를 말하지만, 협의의 오페라는 비가극을 부르는 말인 것이다. 희가극은 웃기는 것이라기보다는 '해피엔딩의 오페라'라고 말하는 편이 옳을지도 모른다. 더 정확히 표현한다면 '비극이 아닌 모든 오페라'는 희가극이라고 말해도 좋다. 즉 여주인공이 희생되지도 않고, 남자와 여자는 몇 차례의 반전 끝에 마지막에는 결국 행복하게 결합된다. 그래서 즐겁다. 물론 중간에 웃기는 애드리브나 개그가 있기도 하고 즐거운 노래와 명랑한 춤도 있어 보는 이들을 미소 짓거나 가끔은 껄껄 웃게 만든다. 그렇다면 비극밖에 없던 오페라 판에 어떻게 희가극이 시작되었을까? 희가극과 비가극이 함께 발생한 것은 아니었다. 희가극은 원래의 오페라인 비가극의 부산물(副産物)이었다. 심각한 비극 오페라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항상 막간의 휴식이 있었다. 그리고 휴식시간은 상당히 길었다. 그 때 관객들에게 재미있는 여흥을 제공하기 위해 막간극(幕間劇)으로 만들어졌던 것이 희가극의 유래이다. 진지한 본공연과는 대조적으로, 기분 전환을 위해 짧고 가벼운 촌극을 막간에 공연했던 것이다. 마치 과거 우리나라 극장이나 디너쇼에서 노래나 신파극 사이에 짧은 만담이나 콩트를 보여준 것과 비슷하다. 이 막간극을 '인터메조(intermezzo)'라고 불렀는데, 원래 인터메조란 말은 축구로 치면 전반전과 후반전 사이의 중간 휴식을 일컫는 말이다. 이 막간극이 서서히 인기를 얻게 되었다. 그 때에도 오페라 공연 중에는 실컷 졸다가 재미있는 인터메조에서 더 흥이 나는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그리하여 처음에는 공연 사이의 심심풀이에 불과했던 것이 점차 발전하였고 결국엔 이것만 독립되어서 공연되었으니, 이것이 오페라 부파인 것이다. 요즘에 인터메조는 오페라의 막과 막 사이의 관현악곡을 일컫는 '간주곡(間奏曲)'이라는 뜻으로 주로 사용되고 있다.

이렇게 탄생한 오페라 부파는 주로 귀족들에 대한 풍자로 그 생명력을 유지했다. 마치 우리의 마당놀이처럼 그들의 위선과 부도덕, 속물근성 등을 비꼬았다. 가끔은 귀족들이 참기 힘들 정도의 위험한 수위로 비꼰 것도 있으니, 오페라 부파야말로 공연예술 중에서, 또한 클래식 음악 중에서 가장 반귀족(反貴族)적인 분야로 발전하였다. 그러나 희가극에 대해서는 할 말이 더 많다.

박종호 오페라 평론가, 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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