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 총선은 공약이 실종된 선거였다. 전체적으로 공약보다 공천 과정에 대한 보도가 많았다. 신문을 봐서는 어느 당이 어떤 공약을 내걸었는지 알 수 없었다."
매일신문 제7기 독자위원회 2차 회의가 17일 오후 4시 본사 3층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날 회의에서는 총선 보도에 대한 논의가 집중적으로 이루어졌다.
김혜성 위원장은 "쟁점과 이슈가 없는 선거였다. 참여율이 저조하고 무관심했다. 선거 기사 헤드라인을 보면 친박, 친이 기사가 대부분이었다. 쟁점이 없다고 해서 쟁점 없는 그 자체를 보도한 것은 문제였다. 언론의 사명인 오피니언 리더 역할을 해야 했다"고 평했다. 또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 주호영 의원 등이 선거 토론회에 불참했다. 유권자를 무시하는 행위로 이에 대한 비판 기사가 없었다. 선거 후 앞으로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분석 보도도 소홀했다"고 지적했다.
문재신 위원도 "투표율이 매우 저조했다. 저조 원인은 정치적 무관심과 언론 보도에서 찾을 수 있다. 공약과 공약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검증 대신 공천 과정에서 불거진 이슈에만 보도가 집중됐다. 축제가 되어야 할 선거가 지나치게 경직돼 선거로 인한 지역 경제 파급효과도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정곤 위원은 "한반도 대운하뿐 아니라 영어공교육 등 대통령 공약이 한나라당 선거 공약으로 제기되지 못했다. 4월 2일 공약 실종 기사가 한번 나왔지만 심층 분석보다 현상 보도에 그쳤다. 투표를 앞두고 유권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차원에서 후보자들의 과거 적절치 못한 행동과 의정활동 결과 등도 지면에 반영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선거 보도와 관련해서 사진을 재미있게 봤다. '운동원도 색깔 대결' 등의 사진은 기사보다 더 의미있게 와 닿았다"고 평가했다.
송해익 위원은 "선거를 보면서 답답함을 느꼈다. 공약, 쟁점, 관심 모두 없었다. 언론이 정책을 제시하지 못하는 후보를 질책하고 감시해야 하는데 매일신문을 포함해 전국 언론들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했다. 공천에 떨어졌다고 새로운 당을 만드는 것은 정당 정치의 붕괴를 의미한다. 이에 대한 과감한 비판이 필요했다. 앞으로 치러질 선거를 위해서도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꼬집었다.
이와 함께 "한나라당의 경우 책임 있는 공당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매일신문이 이 부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오히려 한나라당의 입장에 공조하는 인상을 보였다. 군소정당에 귀를 기울여 정치의 다양화도 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성한 위원은 "후보자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버리고 자신이 누구와 친하다는 감성적 호소에 치우쳐 안타까웠다"며 교보생명 대구지역본부 직원들이 매일신문을 모니터링한 결과를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교보생명 직원들은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매일신문의 정치면이 중앙지의 복사판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공정성과 다양성을 전제한 기사보다 한나라당의 기관지 같은 기사가 너무 많다. 다양한 의견을 여과없이 보도하는 모습을 원한다. 지역 정치 소식에도 지면을 할애해야 한다. 지역민이 선출한 지방자치단체 정치인들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독자들은 알고 싶어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경북대 재학생인 조창훈 위원은 "최근 들어 대학교 내에 부재자 투표소가 설치되지 않았다. 대부분의 대학생들이 선거에 무관심한데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부재자 투표소 설치가 필요하다. 등록금, 취업 문제 등 20대를 위한 공약이 없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선거를 앞두고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 보도에 대한 따끔한 질책도 이어졌다. 박정곤 위원은 "여론조사 회사마다 결과가 다르다는 보도가 있었다. 지적이 좋았다. 하지만 기사 속에 왜 그렇게 달라졌는지에 대한 원인과 달라진 것이 유권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내용은 없어 아쉬웠다"고 강조했다.
김혜성 위원은 "오차범위내에서 특정 후보의 지지율이 높은 것은 학술적으로 의미가 없다. 이를 확대 해석하는 것은 여론조사를 맹신하도록 하는 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 객관적 보도 관행에서 볼 때 바람직하지 않다. 미국 갤럽의 경우 부동층에 대한 것까지 수치화시켜서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한다"고 지적했다.
정리=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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