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센트럴 파크의 봄날

입력 2008-04-18 07:46:09

뉴욕의 봄은 센트럴 파크에서 옵니다. 뉴욕은 바쁩니다. 이번 주말에는 교황님이 오시고 또 한국에서 대통령도 오신다는데, 우리는 센트럴 파크에서 봄을 누리고 있습니다.

뉴욕에 살기 시작한 지 40년이 넘었지만 지금도 긴 여행 중의 나그네 같은 생각이 몸에 붙어있어 그런지 고국의 대통령이 지나실 때마다 먼발치에서 그저 반갑기만 합니다.

센트럴 파크는 뉴욕의 한복판에 넓게(100만평) 자리 잡고 있습니다. 공원 한중간에 메트로폴리탄 박물관도 있고, 또 호수도 있고 바위산도 있고 숲도 있습니다. 그 숲 속에 서면 높고 높은 맨해튼의 빌딩이 보이지 않습니다.

학교에서 들어가는 남쪽 입구, 7번가에 커다란 한국인 가게가 있습니다. 뉴욕의 거리에서 꽃으로 둘러싸인 가게가 있으면 주인은 한국인입니다. 한국인들은 아이디어가 좋고 부지런하여 어느 가게나 손님들이 붐비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과일과 델리 가게를 하더니만 어느새 꽃가게까지 겸비하였습니다. 가게 안에는 신선한 과일채소로 만든 '샐러드 바'가 있고 사람들이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을 무게로 달아서 팔고 있습니다. 미드타운 한복판, 사무실들이 즐비한 그곳, 센트럴 파크 입구에서 사람들은 줄을 서서 돈을 계산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줄을 서서 김밥과 커피를 삽니다. 주인은 우릴 보고 잠시 웃어주고는 다시 계산대에 얼굴을 묻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집의 가게세도 엄청 오르게 생겼습니다. 한국인이 가게를 하면 빌딩이 살아난다고 합니다. 빌딩이 살아나면 빌딩주인은 세를 올린다고 합니다.

중국인은 힘을 모아 빌딩부터 산다고 하는데 우리는 함께 힘을 모으지 못해 빌딩을 사지 못한다고 주인은 걱정을 합니다. 열심히 일해 남 좋은 일 시키는 꼴이죠.

센트럴 파크의 따끈한 바위 위에 앉아 김밥을 먹으면서 우리는 아이디어도 좋고 머리도 좋은데 왜 함께 힘을 모으지 못할까 생각해 봅니다.

센트럴 파크에는 지금 수선화와 튤립이 한창입니다. 마차를 타는 사람들,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 개를 데리고 산책을 하는 사람들,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사람들, 주중의 오후, 센트럴 파크는 가족들의 커다란 놀이터입니다.

우리는 시티 센터에서 하는 '키로프 마린스키 발레' 표를 사 놓고 친구들이 퇴근하고 오기를 기다립니다. 하늘은 몹시 맑습니다. 이젠 봄이 완연합니다.

백영희 시인·뉴욕거주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