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지업체 대구진출 약인가 독인가] ①유통
대구에 외지 자본과 기업이 본격 들어온지 10년. 이들 기업들은 지역 경제를 회생시키는 전령으로 지방자치단체와 지역민들의 대대적인 환영을 받으며 들어왔다. 이들 기업은 지역 발전에 얼마나 공헌을 했는가. 외지·외투기업의 명과 암을 점검해본다.
기업 또는 개인들로부터 기부를 받아 지역의 어려운 이웃들을 보듬어주는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 이 곳 사람들은 대구시내 백화점 가운데 단일 점포로는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리는 롯데백화점이나 대구에서 대형소매점 중 가장 많은 점포를 소유, 대형소매점 매출 1위인 이마트를 보면 아쉬운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라고 했다.
"실질적으로 이 곳에서 장사를 하면서도 바자회 형태의 행사를 통해 이 지역에는 소액 기부만 하고 있습니다. 동아백화점은 매출이 롯데백화점보다 떨어진다고 알고 있는데 동아백화점은 오히려 롯데백화점보다 몇배나 많은 기부를 매년 해오고 있습니다. 롯데나 이마트는 본사가 서울이라서 그쪽에서 거액 기부를 한다는데 그렇게 되면 이 곳 대구에는 분담금 형식으로 소액의 돈밖에 내려오지 않습니다."
◆단물만 빼가나?
2003년 개점한 롯데백화점 대구점은 지난해 약 3천900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파악되면서 지역에서 '1등'으로 올라섰다.
그러나 롯데백화점의 주거래은행은 수도권에 본사를 둔 시중은행이다. 지역 본사 금융회사인 대구은행에 평균 잔고 기준으로 20억원 정도만 남겨둔 채 자금을 서울의 주거래은행으로 옮겨간다.
광주의 (주)광주신세계백화점은 롯데 대구점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신세계가 아예 광주에 본사 기능을 갖게 한 이 백화점의 연간 매출액은 지난해 기준으로 약 1천300억원이 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광주신세계는 광주의 지역은행인 광주은행을 주거래은행으로 하면서 연간 평균 잔고 기준으로 약 400억원을 예치해둔다. 매출 1천300억원 기업이 매출의 3분의1 가량을 지역에 머물게 한다.
더욱이 대구백화점·동아백화점이 '지역 문화 지키기'에 열심인 반면, 롯데는 문화공간이 태부족해 장사에만 매달린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대구백화점 경우, 영업매장 3.3m²당 1년 평균 매출이 3천만원 정도인데 문화센터, 프라임홀, 갤러리, 레오인형극장, 하늘공원 등 문화 시설들이 차지하는 면적이 약 5천147m²에 이른다. 연간 매출 467억원을 과감히 문화공간과 바꾸고 있는 것.
이마트를 비롯한 대형소매점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이마트는 대구시내에 9곳의 매장을 두면서 점포수와 매출에서 1위를 달리고 있으며 대구 수성구 만촌점의 경우, 전국에서 손꼽히는 '효자 매장'일 정도로 수익이 많이 나지만 지역의 많은 사람들이 '지역 기여'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다.
◆지방정부의 실책
대구상공회의소 집계 결과, 대구시내에는 19곳의 대형소매점과 8곳의 백화점이 있다. 이 가운데 20곳이 수도권에 본사를 둔 역외업체 소속이다. 3분의2가 역외업체 간판을 달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대구시의 책임론이 나오고 있다. 한강 이남에서 가장 건실한 유통업체를 갖고 있다는 것이 대구의 자부심 중 하나였지만 교통량을 유발하는 도심에 대형소매점이 난립하고 지역 기여에 대한 담보도 없이 역외 백화점을 입점시킨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
롯데백화점을 빼더라도 도심지에까지 깊숙히 들어온 대형소매점들은 지난해 대구에서만 1조4천억원이 넘는(대구경북통계청 집계) 매출을 올렸다. 대구상공회의소 분석에 의하면 대형소매점 1곳이 들어서면 재래시장 7곳, 중소유통업체 350곳의 매출을 잠식한다.
이런 상황에서 대구시는 동구 이시아폴리스내에 롯데의 명품 아울렛을 유치했다. 또 동구 율하동에 롯데의 복합쇼핑몰 허가 절차가 진행중이다.
지역 한 대형 의류판매점 대표는 "대구시는 옛 대구국세청 자리의 대우호텔 예정부지도 반대 여론을 물리치고 '호텔이 어려우니 의류쇼핑몰을 넣자'며 판매시설을 만들었는데 결국 실패했다"고 대구시 정책을 비판했다.
◆어떻게 대처할까?
일단 대구 중구에 터닦기 작업을 하고 있는 현대백화점의 경우, 광주신세계와 같은 '본사 체제'를 갖추도록하자는 제안이 나오고 있다. '본사 체제를 갖춰도 지역에 떨어지는 세금은 극히 소액이다', '허울뿐이다· 실효는 없다'라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지역 본사 체제라도 요구해야 그나마 향후 '컨트롤'이 가능하다는 것이 지역 경제인들 및 대구시의 판단이다. 지역 자금 역외 유출을 최소화하는 현실적 대안이라는 것.
대형소매점과 관련, 준주거지역내 입점제한, 지구단위계획 수립에 의한 대형유통점 입점제한 등의 조치를 할 수 있도록 도시계획조례를 개정하고 '대형유통점 사전 심의제', '인근 재래시장 등에 대한 환경영향평가제' 등을 도입하는 방안도 적극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지역 경제계의 요구다.
한편 최근 대형소매점인 홈플러스는 지역 본부 체제를 강화, 올들어 지역 공헌 테스크포스팀을 별도로 설립한 뒤 독자적인 재원까지 마련해 지역 기여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억대의 자금이 들어가는 캠페인 등 '돈이 들어가는' 지역기여활동까지 벌여보겠다는 것이다. 지방정부와 지역 경제계 등의 끊임없는 요구가 작지만 소중한 변화를 일궈낸 것이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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