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끊임없는 노력으로 자수성가 '공통점'
"나와 박 대통령의 '관계'는 사실 이상으로 증폭돼 왔다. 내 승진이 당시 사회에서는 수용되기 힘들 만큼 파격적이었던 데 견주어 나의 '배경'을 아무리 살펴보아도 짚이는 것이 없자 그 이유를 대통령에게 떠넘기지 않았나 싶다. 대통령이 밀어 준다고 떠벌린다 해서 누가 확인하려 들 것인가. 내 이미지가 박 대통령과 닮았다는 사실도 그와 나에 대한 소문을 만드는 데 한몫 했다. 실제로 20대 초반, 나의 별명은 '리틀 박'이었다. 친구들이 그렇게 부를 때마다 나는 "내가 더 큰 데 왜 내가 리틀박이냐?"고 웃어넘겼다. 인상이 그러한 데다가 일을 많이 한다는 공통점이 가세해 내 뒤에 박 대통령이 있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았던 것이다. 나를 감옥에 들어가게 하고, 사회 진출을 막았던 장본인. 그 장본인이 밀어줘 출세가도를 달리고 있다는 오해를 받고 있던 내가 박 대통령을 마지막으로 만난 것은 그가 10.26으로 세상을 떠나기 직전인 10월20일 경인 것으로 기억된다."
이명박 대통령이 그의 자전적 에세이 '신화는 없다'(1995년 김영사 출판)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과의 '관계'를 회상하는 대목이다. 이 대통령 스스로 인정하듯 그와 박 대통령의 공통점은 이처럼 세간에 자주 오른 내린다.
1917년 경북 선산에서 농사꾼의 아들로 태어난 박 대통령과 1941년 일본 오사카에서 목부의 아들로 태어난 이 대통령은 태생적 환경부터 엇비슷하다. 두 대통령 모두 가난한 집안 출신이었지만 평범하지 않은 두뇌와 끊임없는 노력으로 자수성가를 이룩한 대표적 인물이다.
두 대통령의 공통점이 새삼 거론된 건 지난 대선 때였다. 박 대통령의 구미 생가를 방문한 이 대통령은 방명록에 '한강의 기적에 이어 낙동강·영산강 기적을 이루겠습니다'라고 적었다. 한반도대운하 프로젝트를 염두에 둔 글이었다. 이 후보는 박 대통령 사진 옆에 얼굴을 대면서 "내 얼굴하고 닮았죠"라며 웃어보이기도 했다. 서울시장 시절 선글라스를 끼고 출국한 유럽 순회 방문 때도 박 대통령을 연상시키는 외모가 화제가 됐다.
사실 이 대통령과 박 대통령은 악연으로 얽혀져 있다. 학생운동(6.3 시위) 전력으로 중앙정보부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이 대통령이 박 대통령을 수신인으로 한 편지를 청와대에 보내 현대건설에 입사하게 된 일화는 유명하다. '신화는 없다'에서 이 대통령은 "내 전력을 솔직히 밝히고, 학생운동의 순수성과 충정을 토로한 뒤, 사회 진출을 막는 당국의 처사를 강도높게 비판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경제'라는 이 시대 화두가 두 대통령의 공통점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대선 당시 구미 박정희체육관에서 열린 결의대회에서 "경부고속도로 건설 당시 박 대통령을 만나보니 그야말로 가난한 나라를 먹고살게 만들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지금의 우리 국민 또한 박 대통령이 경부고속도로를 비롯한 새마을운동, 포항제철 및 중화학공업 육성 등을 통해 오늘날 경제성장을 견인했듯 현대건설 신화에 이어 서울 청계천 복원과 버스노선 개편을 일궈낸 이 대통령이 다시 한번 한국 경제성장을 이끌어 주길 기대하는 것이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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