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세 노인이 전립선 수술 후 2주 만에 심한 요도 출혈로 재입원했다. 이유는 섹스였다. 어떻게 80노인이 수술 후 신체적으로 불편한데 섹스를 시도할 수 있었는지 궁금했지만 그 노인은 평생을 하루가 멀다하고 섹스를 즐겼다고 한다. 이처럼 간혹 성상담을 해보면 비정상적이라고 할 만한 사람도 종종 만난다. 풀죽은 남자나 섹스리스 부부의 입장에서 보면 부러운 일이기도 하지만 반드시 그럴까? 얼마나 자주 해야 지나친가?"라는 질문에는 어디까지 선을 그어야 할지 확실하진 않다. 다만 본인이 성행위로 인해 힘들거나 가정(파트너)·직장·사회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라면 분명 생각해봐야 할 일이다.
우리는 보통 섹스라면 즐겁고 행복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암울 그 자체일 수도 있다. 성에 대한 낭만성은 없고 오직 섹스, 그 자체에만 집착하다 보니 대개 앙상한 몰골과 초라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다만 섹스 횟수가 문제여서 성행위를 얼마간 못하면 불안·초조·우울해서 일을 못할 지경에 이르며 섹스에 관해 너무 많은 시간을 소비하기 때문에 사회생활이나 친구와의 만남도 거의 못할 정도가 될 수도 있다. 환자들은 창피해서 문제가 심각한데도 이를 숨긴다. 이런 부류의 남자들도 많다. 한국에선 외국의 보고처럼 심각한 중증은 드문 편이어서 아직까지 체계적인 치료 프로그램은 마련돼 있지 않다. 그러나 최근 인터넷 섹스중독 같은 학술보고가 있는 것으로 봐서는 유사한 사례가 꽤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징 증상들은 우선 잦은 성행위다. 강압적 자위, 새로운 파트너, 에로물 탐닉, 죄의식, 고독, 분노, 우울 등의 부정적 감정으로부터 탈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섹스를 한다. 섹스 후 잠시 후련하고 해방되지만 곧 또 해야만 하는 강박적 악순환의 고리는 지속된다. 동반 정신과질환이 70% 이상 이어서 정신과 치료가 필요하다. 많은 정신 질환이 그렇지만 특히 섹스중독과 관련, 전문의를 찾기란 무척 어려운 일이다. 체면이나 창피감 때문이다. 하지만 지나치다 싶으면 조기에 방문하는 게 좋다.
섹스중독은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기 때문에 경과가 다양하다. 그러나 많은 예에서 환자 스스로의 노력에 의해서도 자제가 가능하므로 희망적이라 할 수 있다. 정상인의 경우 섹스는 행복하지 않으면 문제라고 인식하고 있어 조기 자각·자제하는 것이 중요한 일이다.
박철희(계명대 동산병원 비뇨기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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