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사람]재개관 한 두산아트홀 김창범 관장

입력 2008-04-14 07:49:50

"화랑은 판매 아닌 보여주는 전시해야"

수익없는 투자로 직접지은 건물까지 정리

비싼 수업료로 좋은 작품 많이 보고 모으기도

그 동안 모은 방대한 자료로 박물관 열고 싶어

2002년 두산갤러리를 개관, 대구 미술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 일으켰던 김창범(56·사진)씨가 갤러리 대표로 돌아왔다. 두산갤러리를 확대한 두산아트센터를 운영난으로 정리한지 4개월 만인 지난 3일 대구공업대학 뒤편에 두산아트홀을 개관했다.

김 관장의 행보가 주목받는 이유는 그가 보여준 미술에 대한 사랑 때문이다. 지난해 말 두산아트센터의 폐관은 단순히 화랑 한개가 없어지는 이상의 의미로 다가왔다. 그는 출판사 일을 하면서 벌어 들인 돈을 털어 지하 1층, 지상 3층의 건물을 지은 뒤 당시 대구의 사설 화랑으로는 최대 규모인 두산갤러리를 열어 기획전만 연 30여차례 갖는 등 지역 미술 발전을 선도했다.

하지만 의욕은 앞섰지만 경험이 부족했던 탓이었을까. 수익이 남지않는 투자를 많이 했기 때문에 출혈을 감당할 수 없었다. 항간에는 '연간 1억원 이상 깨먹는다'는 소문이 돌았다. 결국 김 관장은 직접 지은 건물마저 정리했다.

돈은 정승같이 사용했지만 화랑 운영에 신물이 날만도 했다. 이에 대해 그는 "비싼 수업료를 치렀지만 하고 싶은 것 하면서 잘 즐겼습니다. 좋은 그림 실컷 보고, 많이 사기도 했습니다. 그것만으로도 본전은 뽑았다고 생각합니다"며 두산아트센터를 운영하던 기간이 자기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김 관장은 두산아트센터를 실패한 것으로 평가하지 않았다. 돈 대신 좋은 작품을 많이 얻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작품을 모으다 갤러리 대표로 변신한 김 관장이 소유한 그림은 모두 500여점. 그림 외에 도자기, 조각들을 합치면 둘 곳이 모자랄 정도다.

범상치 않았던 행적을 반영하듯 두산아트홀 개관식에 미술계 인사 300여명이 다녀갔다. 평소 술을 좋아하는 그는 다음날 오전 5시까지 술을 마셨다고 했다. 지난 세월이 주마등처럼 지나갔을 것이다.

김 관장은 두산아트홀을 공부하는 전시 공간으로 꾸밀 계획이다. 70여평의 전시장과 차를 마실 수 있는 곳, 수장고, 자료실을 한 공간 안에 배치했다. 880만원을 들여 1800년대부터 근대까지 서양 미술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명화집도 구입해, 관람객들이 볼 수 있도록 했다. 차를 마시며 그림 이야기를 함께 할 수 있는 갤러리로 만들겠다는 신념이 반영된 결과다. "돈 되는 전시만 해서는 안됩니다. 판매 목적이 아니라 보여주는 전시를 해야 제대로 된 화랑이라 할 수 있습니다"

김 관장은 미술자료를 체계적으로 정리해 박물관을 여는 것이 앞으로 남은 꿈이다. 작품과 함께 그가 모은 방대한 자료는 집과 두산아트홀 여기 저기에 쌓여 있다. "개인이 정리하기에는 너무 벅찹니다. 미술관련 자료 정리는 공공영역에서 해야 할 입니다. 제가 모은 자료도 결국에는 기증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는 새로운 목표를 향해 벌써 한걸음 나아가고 있었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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