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대구경북 27석중 17석…친박 9곳 약진
대구경북 4·9총선 결과, 유권자들은 지역의 맹주인 한나라당에 공천 잘못을 물어 충격적인 성적표를 안겼고, 이를 '박풍'으로 심판했다. 하지만 박풍으로 당선된 '친박' 대다수가 한나라당 복당을 바라고 있어 대구경북은 '한나라'라는 기존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
총선이 끝나자마자 복당 뇌관이 터져 여권 일각에선 '순수 무소속' 단계 영입과 친박 선별 영입을 추진 중이고, 친박 당선자 측은 조건없는 복당을 요구하는 등 한나라당과 날을 세웠다.
16, 17대 때 대구경북 총선을 싹쓸이한 한나라당은 18대 총선에선 지난 15대 자민련 바람 이후 12년 만에 27석 가운데 17석을 얻는 데 그쳤다. 한나라당이 패배한 10석에는 무소속의 김광림 후보를 제외한 9석을 친박 후보들이 차지했다.
한나라당 후보들의 줄줄이 낙마에는 '박풍'이 결정타였다. "나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라는 말로 시작된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의 달성군 칩거는 '태풍'으로 돌변했다. 달성군에 인접한 대구 달서구의 3개 선거구와 인근 경북의 2개 선거구의 서부벨트는 친박의 싹쓸이 당선으로 '철의 벨트'가 됐다. 박풍은 상주와 경주, 군위·의성·청송 등 경북 전역에 휘몰아쳐 친박 당선자를 쏟아냈다.
유권자들이 한나라당의 공천 잘못을 박풍으로 심판한 것.
실제 지난해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대구의 박 전 대표 지지율은 70%에 달했다. 이와 관련, 본지가 총선 전인 지난달 22일 친박이 출전한 달서갑과 고령·성주·칠곡의 유권자 1천명을 대상으로 친박정서를 조사한 결과, 지난해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박 전 대표 지지층의 60%가 친박 지지 의사를 밝혔었다. 여기에 20~30%대의 부동층이 선거 막판 전통적인 한나라당 정서보다는 친박정서를 선택했다.
또 유권자들의 박풍과 공천심판에는 강재섭 대표, 이재오 전 최고위원 등 한나라당 지도부 및 실세와 이방호, 정종복 등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회 핵심인사 등을 줄줄이 낙마시키거나 정치적 입지를 좁게 만들어버렸다. 이방호 사무총장은 10일 당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유권자들은 대구경북에 '범(汎)한나라 집안싸움'이라는 새로운 정치과제를 던졌다. 친박 대다수가 복당을 바라고 있어서다. 한나라당이 친박들을 받아들일 경우 결국 18대 대구경북 총선을 석권하는 이상한 결과를 낳게 된다. 지역에 12년 만에 생겨난 한나라당 견제세력이 다시 사라지게 되는 셈.
하지만 선거가 끝나자마자 예상됐던 복당 갈등이 시작됐다. 10일 여권의 핵심 관계자는 의회 내 안정 과반의석 확보가 필요하다고 보고 안동의 김광림 당선자 등 우선 순수 무소속 당선자들을 단계적으로 영입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친박의 좌장인 김무성 의원은 10일 "6월 1일 개원 전까지 (한나라당이) 문을 열어주지 않으면 한나라당 밖의 친한나라당 의원들끼리 모여서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종규기자 jongku@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