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시스템 무너진 당 바로잡겠다"

입력 2008-04-10 10:14:20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의 다음 행보에 정치권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당장 7월로 예정돼있는 차기 전당대회에 나설 것이냐 여부가 관심사다. 선거직전인 지난 3월 23일 기자회견을 통해 '나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며 한나라당 공천을 비판하고 나선 박 전 대표는 "공당의 시스템이 무너졌지만 여기서 포기하지 않겠다. 다시 시작하겠다. 한나라당을 바로잡겠다"고 말한 바 있다.

박 전 대표의 한 측근은 "박 전 대표가 '당을 바로잡겠다'고 한 말의 뜻을 잘 되새겨보라"라고 했다. 그는 "박 전 대표의 다음 행보는 전당대회에 뛰어들겠다는 것이 아니라 당을 다시 바로 세우고 정치를 바로잡는 일에 우선적으로 나선다는 뜻"이라면서 "그것을 당권경쟁에 나서는 것으로 봐서는 안된다"고 설명했다.

박 전 대표는 지역구에서 당선사례를 마치는대로 상경할 예정이다. 그의 상경은 선거기간 내내 지역구에 머물면서 말없는 시위를 벌이던 소극적 자세에서 벗어나 비주류수장으로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다는 의미를 갖는다.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7월 중순으로 예정된 전당대회가 앞당겨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가까스로 과반의석을 넘긴 한나라당이 스스로 절반의 승리라고 평가하고 있지만 영남권에서 친박후보들에게 텃밭을 빼앗기는 등 고전을 면치못함에 따라 당지도부 책임론도 흘러나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강재섭 대표가 총선 불출마 카드로 당내 갈등 봉합에 나섰지만 총선결과는 강 대표의 예상과는 달랐다.

강 대표 외에 공천작업을 진두지휘했던 이방호 사무총장이 낙선한 데 이어 강창희 최고위원도 살아돌아오지 못했다. 최고위원회의가 사실상 와해됨에 따라 6월 18대 국회 개원이전에 조속히 집권여당의 면모를 일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기 시작했다. 조기 전당대회소집론은 이같은 상황과 당내외의 목소리를 감안한 것이다. 강 대표도 전당대회 조기소집여부에 대해 "아직 그럴 때가 아니다"면서도 "내가 결정하면 되는 것 아닌가"라며 7월임기 만료전에 대표직을 사퇴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당내상황이 조기 전대 소집쪽으로 가고 있지만 박 전 대표가 당권을 겨냥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전당대회 소집 이전에 친박 당선자들의 복당문제부터 해결해야 하는데다 박 전 대표측도 총선때처럼 계파수장으로서의 모습으로 비치는 것에 대해 부담스러워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박 전 대표가 당권을 확실시 담보할 수 있는 세력을 규합하지 못해 여론의 추이를 살피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나라당 공천으로 당선된 30여명과 당밖의 당선자 25명 등 친박 직계만 55명선에 이르고 있지만 다수인 친이에 비해 열세이다.

이러한 정황들을 종합할 때 박 전 대표는 당밖 친박의 복당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섣부르게 당권을 향해 한 발 나가는 것보다는 새로운 정치구도를 형성하기위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박 전 대표측 사정에 정통한 한나라당 관계자는 "박 전 대표의 모든 행보는 5년후에 맞춰져 있다고 보면 된다"면서 "박 전 대표는 당권이나 눈앞의 상황을 바라보고 움직인 적이 없다"고 했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