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독백이 마음을 두드린다
대중성과 음악성의 접점을 김동률(34) 만큼이나 잘 아는 가수가 있을까. 그런데도 김동률은 아직도 대중적인 음악이 무엇인지 모른다며 손사래를 쳤다. 그의 5집 '모놀로그'는 대중적으로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4월부터 이어지는 콘서트는 이미 매진 사례다. 그런데도 그는 대중성에 대해서 아직까지 고개를 갸웃거린다.
"이번 앨범은 대중성보다 제 음악을 집대성하고 싶은 마음에서 만들었어요. 제목도 그래서 모놀로그(Monologue,독백)죠. 전 대중음악인이니까 대중에게 사랑받고 싶은 생각은 늘 있어요. 그런데 15년이나 음악을 했지만 대중성이 무엇인지는 사실 지금도 잘 모르겠어요. 제가 좀 이기적으로 음악을 해서 그런가봐요."
김동률 자신의 설명대로라면 그냥 자기가 좋아하는 음악을 했는데 대중들도 좋아해 줬다는 것이다. 음악인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젊은이들에게는 꽤나 샘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취중진담'이 왜 인기를 얻었는지 정확히는 모르겠다는 그의 말에는 약간 화가 나기도 한다.
"'취중진담'은 가사 때문에 인기를 얻은 것 같아요. 정확히 진단은 안되지만요.'다시 사랑한다 말할까'는 가수 이적이'이 노래만 빼고 넣으면 되겠다'고 한 노래였어요. 그런데 대중의 사랑을 받았죠. 대중성에 대한 고민은 내 주변 사람들 모두 저와 비슷하게 갖고 있을 거예요."
'취중진담'이 그러했듯, 그의 5집 수록곡 역시 섬세하고 공감 가는 가사로 더욱 큰 사랑을 받고 있다. 타이틀곡이었던 '다시 시작해보자'는 7년간 만난 연인과 헤어진 후 공허함을 느끼다 그녀에게 다시 시작해보자는 제안을 던지는 노래. 헤어진 연인들의 감수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현재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아이처럼'은 사랑에 빠진 행복한 마음을 그린 곡. 자칫 뻔한 내용의 노래지만 섬세한 가사로 진부함을 떨쳐냈다.
'사랑한다 말하고 날 받아줄 때에는 더 이상 아무것도 바랄 게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해놓고 자라나는 욕심에 무안해지지만 또 하루 종일 그대의 생각에 마음 졸여요.'
사랑을 시작하기 전에는 상대방이 받아주기만 하면 더 이상 바랄게 없을 것 같지만 사랑이 시작되면 연인에게 자꾸 무엇인가를 바라고 요구하게 되는 아이같은 마음을 세밀하게 묘사했다.
5집 수록곡 10곡 가운데'출발'과'뒷모습'을 제외한 전곡은 모두 김동률이 쓴 가사. 따뜻한 사랑노래 가사를 쓰는 그에게 행여 자신의 얘기가 아닌 지 물어봤다.
"그냥 나에게 이런 모습도 있고 저런 모습도 있다고 생각해주세요. 힘들 때 지난 사랑이 더 생각난다는 건 내 얘기지만 가사 전부가 내 모습을 그대로 담은 건 아니에요. 결혼할 나이가 된 것 아니냐고 하는 사람도 있는데 아직 주변에 싱글이 많아서 소외감은 안 느껴요."
열애설은 커녕 이렇다할 스캔들도 없는 그다. 팬들은 그에게 궁금한 게 많지만 라디오 DJ석에서도, 음악 프로그램을 진행 하면서도 그는 개인적인 얘기를 많이 하지 않았다.
"팬들이 궁금해 하는 것은 이해를 하는데 음악인 김동률 이상의 모습을 많이 보여드릴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음악인으로서 적당한 신비감을 갖고 싶기도 하고요."
1999년 도미해 버클리 음악대에서 영화음악을 전공, 2003년 학사 학위를 딴 김동률은 이 얘기와 함께 유학시절의 에피소드를 들려준다.
"팝가수 데이비드 포스터를 좋아했어요. 버클리 음대 졸업할 때 그가 와서 얼굴도 봤죠. 그런데 미국의 한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말리부에 으리으리한 집에 사는 그의 일상을 보여주는 거예요. 그걸 본 후 음악인으로서 그에 대한 환상이 많이 깨졌어요."
김동률 역시 자신의 사생활이 행여 '음악인' 김동률에 대한 대중의 기대와 신비를 깨어버리지나 않을까 우려하는 것이다.
사생활을 많이 보여주지 않는 대신 그는 음악으로 팬들과 만날 계획이다. 4월30일에는 고양 아람누리 아람극장에서 5집 발매 후 첫 콘서트를 가지며, 이어 5월25일에는 성남 아트센터 오페라 하우스, 6월13,14일에는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공연을 펼친다.
오랜만에 펼쳐지는 그의 공연에 반응이 폭발적이다. 4월과 5월 공연은 예매 10분만에 매진되는 기염을 토했다. 1만석 규모의 6월 공연은 원래 14일 하루 공연으로 예정돼 있다가 순식간에 매진돼 버려 13일 하루를 더 공연하기로 했다.
공연계에서는 김동률의 공연이 4년에 한번씩 열린다고 해서'월드컵 공연'이라 불리기도 한다. 이번 공연 후 또 언제 공연을 할 지 기약이 없다. 콘서트에 대한 팬들의 뜨거운 반응이 이해가 간다. 그런데 단지 그의 공연이 오랜만에 열리기 때문에 희소한 것은 아니다. 그의 열정이 묻어날 공연이기에 팬들의 기대가 크다.
"공연을 아무렇게나 하기 싫어요. 음악을 잘 들려줄 수 있는 극장에서 많은 연주자들과 큰 무대를 만들고 싶거든요. 공연 계획은 오래전부터 해 왔어요."
음반 한장 한장, 공연 한회 한회 열정을 가득 담는'음악인'김동률의 존재는 만능 엔터테이너만 가득한 가요계에서 새삼 고맙다. 가요계가 아무리 깊은 불황의 늪에 빠져도, 대중은 열정 가득한 음악인을 잊지 않는다.
연예전문 기자제공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우원식 "최상목, 마은혁 즉시 임명하라…국회 권한 침해 이유 밝혀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