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마렐라,TV로 돌아오다

입력 2008-04-10 07:42:00

'조강지처'들의 '마지막 스캔들'나는 아직 로맨스를 꿈꾼다

현실의 일상이 팍팍해져서일까. 아줌마 판타지를 내세운 드라마가 인기다. 재투성이의 소녀가 백마탄 왕자를 만나게 된다는 꿈은 더 이상 소녀들만의 것이 아닌 모양이다. 현실에 지친 아줌마들에게도 강하게 어필하고 있는 걸 보면 말이다.'조강지처'의 '마지막 스캔들'을 꿈꾸는 아줌마들의 드라마가 인기를 얻고 있다. 드라마 속 줌마렐라(아줌마+신데렐라)를 만나보자.

MBC 주말드라마 '천하일색 박정금'의 주인공 박정금은 말 그대로 열혈 아줌마 형사. 이혼당하고 아이를 잃어버리고 남편 없이 가정을 홀로 꾸려가지만 씩씩하기 그지없다. 아버지가 친정엄마를 버렸지만 그에 대해 질척대지 않는다. 주어진 현실을 긍정하고 자신의 영역을 개척하는 새로운 캐릭터로 시청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현실에 힘들어하다가도 범죄현장에서는 형사의 모습으로 변신, 발차기를 날리며 시청자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남편의 외도와 이혼, 이복 여동생과의 삼각 관계, 불우한 가정환경 등은 이미 수없이 반복된 드라마 설정이지만 이 드라마가 돋보이는 것은 이처럼 박정금이란 캐릭터에 있다. 주체적이고 당당하며 자신의 삶을 스스로 개척해나갈 줄 아는'아줌마의 힘'이 느껴진다. 하지만 박정금도'줌마렐라'판타지를 피해가지 않는다. 드라마 속 이혼녀 박정금은 두 남자와 삼각관계를 이룬다. 그것도 의사와 변호사라는 전문직에, 게다가 총각이다. 뜨거운 사랑으로 다가오는 두 살 연하의 변호사 한경수(김민종)가 있는가 하면 의사 정용준(손창민)은 늘 곁에서 힘이 돼주는 남자친구다. 한경수가 이복동생과 결혼했지만 그녀에겐 아직도 그의 곁을 지켜주는 용준이 있다.

SBS 드라마'조강지처클럽'은 드라마 시작부터 극단적인 상황 설정으로 화제를 불러일으켜왔다. 요즘의 포인트는 통쾌한 복수극. 남편만 바라보고 살던 촌스러운 아줌마 나화신(오현경)은 남편의 외도에 못 이겨 집을 나온다. 하지만 당당한 커리어 우먼으로 변신, 주변의 부러움을 산다. 남편에게 구박만 당하고 남편의 외도로 고통받던 나화신은 대기업의 중역 구세주와 만났다. 이름처럼 '구세주'를 만난 격. 그는 나화신의 패션을 변화시켜주는 것은 물론 그녀의 숨은 능력을 일깨워주며 자립을 돕는다. 남편 때문에 힘들어하는 화신에게 외제차까지 사주는 구세주. 그것도 전남편인 한원수가 근무 중인 자동차 대리점을 찾아가 남편의 시중을 받으면서 말이다. 아줌마라면 누구나 한번쯤 꿈꿔봤음직한 상상이 아닌가.

MBC 주말드라마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은 노골적인 줌마렐라의 스토리라인을 코믹하게 그리고 있다. 최진실은 뽀글머리와 뿔테 안경 등 촌스러움의 극치를 보여주며 생계를 위해 자존심까지 버리는 열혈 아줌마 홍선희 역을 맡아 열연하고 있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 억척스럽게 온갖 아르바이트를 하지만 시어머니와 시누이는 선희를 구박하기만 한다. 설상가상 유치장에 갇혔던 남편은 다른 여자와 눈이 맞아 도망가 버린다. 지금은 톱스타가 된 첫사랑 재빈(정준호)을 우연히 만난 선희는 가정형편이 어려워지자 우여곡절 끝에 재빈의 집 가사도우미가 된다. 여기서 생활에 찌들어 있는 촌스러운 선희를 젊은 시절 아름다운 모습으로 되돌려 놓는 것은 재빈의 몫. 파티 파트너로 데려가기 위해 명품옷도 입히고 헤어스타일도 변신시킨다. 선희는 재빈과 그의 형 장동화를 통해 위로를 받고 웃음을 되찾는 것은 물론 여자로서 매력도 재발견하게 된다는 설정이다.

하지만 드라마를 보며 주의할 한 가지, 현실과 착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판타지'는'판타지'일 뿐이다. 현실에서는 아줌마들에게까지 돌아올 백마 탄 왕자는 없다. 그걸 알기에 아줌마들은 매일 저녁 TV 앞에 앉는 것이 아닐까.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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