親朴계 "대구시당 성명 동의 못해"

입력 2008-04-09 09:27:59

▲ 18대 총선 투표일을 하루 앞둔 8일 오전, 대구지역에 출마한 한나라당 후보들이 국채보상공원에서 마지막 합동유세를 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정우용기자 vin@msnet.co.kr
▲ 18대 총선 투표일을 하루 앞둔 8일 오전, 대구지역에 출마한 한나라당 후보들이 국채보상공원에서 마지막 합동유세를 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정우용기자 vin@msnet.co.kr

한나라당이 투표를 코앞에 두고 적전분열(敵前分裂)을 일으키고 있다.

한나라당 대구시당이 투표 하루 전인 8일 대구 중구 국채보상공원에서 열린 한나라당후보 공동기자회견에서 친박연대와 친박무소속연대를 노골적으로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하자 당내 친박인사들이 발끈하고 나섰다. 한나라당 대구지역 출마 후보 11명의 명의로 발표된 이날 성명에는 '친박연대나 친박무소속연대는 지금까지 볼 수도 들을 수도 없던 급조된 무리로 국민을 우롱하고 대한민국 정치를 뒤로 되돌려 놓고 있다', '군소정당 무소속 후보가 대구 경제를 살릴 수는 없으며 정치판에서 정치싸움만 해온 '떠돌이 집시' 정치꾼이 대구 경제를 살려낼 수는 없다'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친박계'의 유승민 의원(대구 동을)은 즉각 성명서를 내고 "오늘 한나라당 대구지역 총선후보자 공동명의로 된 기자회견문 내용 가운데 친박연대와 친박무소속연대를 '떠돌이 집시꾼' '급조된 무리' 등 저속한 표현으로 비난한 부분에 대해서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유 의원은 또 "김석준 의원이 낭독한 기자회견문을 사전에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다"며 "본인의 동의를 사전에 구하지 않고 후보자 공동명의로 발표한 대구시당에 대해 선거가 끝난뒤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친박계 서상기 의원(대구 북을) 역시 "당내 친박과 친이 사이에 여러 가지 갈등과 어려움이 있지만 최소한의 예의를 지켜야 한다"며 "선거가 끝나고 과연 어떻게 한나라당이 하나가 될지 걱정이다"고 밝혔다.

친박계 의원들은 대구시당을 상대로 '성명서 작성자가 누구인지 밝혀라'며 책임자 추궁에 나서자 대구시당측은 "우리도 모르는 일이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회피했다. 이에 대해 친박계 의원들은 "대구시당 위원장과 처장이 모두 성명서 작성자를 못봤다고 하는데 친박의원들은 허수아비가 아니다"며 재차 반발하고 있다.

한편 한나라당내 내부갈등이 야기되자 일부 의원들은 '올 것이 왔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친이계로 알려진 이명규 의원(대구 북갑)은 "선거를 코앞에 두고 이런 분열이 대구경북 시도민들에게 어떻게 비춰질지 걱정이다"며 "대선을 승리로 이끈 한나라당이지만 공천갈등 등으로 지금은 모래알 같은 정당이 돼버렸다"며 곤혹스러워했다.

최창희기자 cch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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