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혼자지만 꿈 향해 달려 갈래요"
"어린 나이에 혼자 살면서도 꿈을 잃지 않는 모습이 대견하지요. 정학이는 주변에서 조금만 도와주면 큰 재목이 될 아이입니다."(집주인 이춘문씨)
"핏줄이라고는 엄마 하나뿐인데 지금 옆에 없잖아요. 삐딱해지기 쉬운데도 얼마나 기특합니까. 제가 지금은 정학이 엄마 역할을 하고 있지만 정학이 스스로 헤쳐온 게 더 많습니다."(이웃주민 조윤태씨)
"사범대학에 들어가 교사가 되고 싶은 꿈을 잃지 않고 있습니다. 남은 기간 좀더 노력하면 정학이가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담임교사 배진우씨)
'…계획성있게 지도해 준다면 전 과목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2006년 임정학군의 학년말 성적표)
"제게 필요한 건 넓은 방이 아닙니다. 밤늦게까지 공부할 수 있는 스탠드 불빛과 책상이면 족해요. 다만 엄마, 엄마가 돌아와 함께 살고 싶어요. 다시 만나게 될 엄마에게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선 안 되기 때문에 지금 할 수 있는 건 공부밖에 없을지도 몰라요."
시골에서 도시로 나와 부모님이 보내 주시는 학비로 자취생활을 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쉬이 짐작할 수 있는 단칸방. 월세 10만원짜리, 5㎡ 남짓한 단칸방에서 정학이는 3년째 혼자 살고 있다. 열아홉, '高3'이 아닌 '苦3'이라 불릴 정도로 힘겹다는 입시준비생이지만 정학이가 감당해야 할 것은 '공부의 짐'만은 아니다.
대구 동구 효목동 지금의 단칸방으로 이사온 2005년 10월 정학이는 중3이었다. 엄마 H(43)씨는 그때까지 정학이 곁에 있었다.
"경제적인 문제였던 것 같아요. 다투는 시간이 조금씩 늘어나던 부모님은 결국 초등학교 2학년 때 갈라서셨죠. 그때부터 엄마랑 살게 됐어요."
식당일을 하면서 정학이를 키워온 엄마는 아들에게 친구 같은 존재였다.
"엄마랑은 말이 잘 통했어요.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을 집에 오면 시시콜콜 엄마한테 얘기했거든요. 밤늦게 집에 오면 피곤할 텐데도 제 말을 잘 들어주셨어요."
고교 입학을 앞둔 정학이가 엄마와 연락이 끊긴 건 이듬해 2월. 엄마가 신용불량 상태로 몸을 피하고 있다는 사실도 그 즈음에서야 눈치챘다.
"이런저런 고지서들이 집으로 날아들었어요. 빚을 갚으라는 것 같았는데 왜 엄마가 빚을 지게 됐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그즈음 고교 입학을 앞두고 있는 학생이 엄마와 연락이 두절된 채 혼자 살고 있다는 소식이 이웃들 사이에 퍼져나갔다. 정학이의 엄마 역을 자처하고 있는 이웃 주민 조윤태(61·여)씨도 그제서야 정학이의 딱한 사정을 듣게 됐다.
"엄마랑 연락도 안 되고, 살 길은 막막하고…. 근데 애가 품행도 바르고 공부도 썩 잘하더라고요. 조금만 잡아주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조씨는 자신이 처한 상황을 부끄러워하기보다 자신이 뭘 할 수 있을지를 먼저 생각하는 정학이가 기특해 발벗고 나섰다고 했다.
"할 줄 아는 게 공부밖에 없다더군요. 놀 줄 모르는 게 돈이 없어서이기도 하겠지만 친엄마를 만났을 때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합디다. 그런데 큰 산이 버티고 있네요."
조씨는 경제적인 이유가 대학 진학을 앞둔 정학이의 발목을 잡지 않길 바라고 있었다. 정학이는 매달 정부로부터 모자세대 생계비 15만6천550원을 지원받고 있다. 학기당 나오는 모자세대 자녀학비 47만8천100원으로 학비를 댔다. 그외 학교에서 필요한 제반 비용들은 이런저런 후원자들이 십시일반으로 메워왔다.
"저를 낳아주고 16년간 키워준 엄마를 잊을 수 없듯 고교 입학 이후 지금껏 도와주신 분들께도 보답해야겠지요. 썩 잘하는 건 아니지만 열심히 공부해 이 은혜를 갚아드리고 싶습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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