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 취득 후 첫 투표…필리핀 출신 임정미씨

입력 2008-04-09 09:56:11

▲ 결혼 이주 여성으로 필리핀에서 시집온 임정미씨가 화원중학교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아이들과 함께 투표를 하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 결혼 이주 여성으로 필리핀에서 시집온 임정미씨가 화원중학교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아이들과 함께 투표를 하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누구 찍을지 생각해 뒀지만 말은 못해요. 말해주면 안 되잖아요."

9일 오전 9시 대구 달성군 화원초등학교에 마련된 투표소 입구에서 만난 임정미(33·여·달성군 화원읍)씨. 투표인 명부에서 자기 이름을 찾아 본인 확인을 받고 도장을 찍는 그의 얼굴에선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임씨는 필리핀에서 태어나 스무해 넘게 '에마'라는 이름으로 살아오다 2004년 한국인 남편을 만나 대한민국 국민이 됐다.

능숙하게 투표를 하는 모습에 물어보니, 지난 대선 때도 투표한 경험이 있다고 했다. 첫 투표에서는 투표장에 신분증을 가져가야 한다는 사실도 모른 채 잔뜩 긴장했지만, 이번 총선에서는 여유가 있다고 했다. 멀게만 느껴진 대통령보다 우리 지역을 대표할 국회의원을 내 손으로 뽑는다는 데 큰 자부심을 느낀다는 것. 1인 2투표제 등 선거 공보에 적힌 주의사항을 꼼꼼하게 읽어 헷갈리지 않았다고 했다.

임씨는 한국의 선거 문화가 신기하다고 했다. "선거 차량이 방송을 크게 틀어 시끄럽기도 했지만, 출마후보나 선거 운동원들이 길가는 사람에게 일일이 인사를 하는 모습이 재미있었다"며 웃었다. 평소 좋아하던 트로트 곡이 선거송으로 울려퍼지는 것을 들었을 때는 절로 어깨춤이 나오기도 했다.

임씨는 이주여성의 문제에 관심을 가진 후보가 당선됐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내비쳤다.

"아이가 커갈수록 교육문제 때문에 고민이 많아요. 한국말이 서투르다 보니 공부를 가르쳐줄 수도 없고, 숙제를 도와주기도 힘듭니다. 다문화가정의 2세 교육 문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국회의원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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