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살리기' 대책 급하다

입력 2008-04-09 08:52:02

물가가 천정부지로 오르는데다 얼어붙은 부동산 경기는 좋아질 줄 모르고, 국내외 주식시장도 좀처럼 기지개를 펴지 못하면서 내수 경기가 급속도로 얼어붙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 '내수경기 부진'을 걱정하는 상황으로 총선 이후 감세·금리 인하 등 대대적 경기 부양 조치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큰 혼란이 빚어질 것이란 우려가 번지고 있다.

지난달 28일부터 '봄 세일'을 시작한 대구시내 백화점들은 일제히 '죽을 맛'이라는 하소연을 내놓고 있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지난해 같은 시기와 비교할 때 세일 매출이 늘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구·동아·롯데 등 대구시내 3대 백화점의 이번 봄 세일 매출 신장률은 지난해 같은 시기에 비해 4, 5% 증가에 그치고 있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세일 매출이 제자리 걸음이란 것이 백화점들의 설명이다.

일부 백화점은 영업이익 효자 상품인 여성복 매장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울상을 짓고 있다. 한 백화점의 경우 의류매출이 지난해에 비해 1% 신장에 머물면서 조바심을 내고 있다. 봄날의 여심(女心)도 얼어붙은 것이다.

지난달말부터 대대적인 가격 내리기에 들어간 대구경북지역 대형소매점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로 일부 제품에 대해서는 10~20년전 가격으로 값을 내렸는데도 불구, 손님들의 장바구니는 지난해에 비해 오히려 가벼워지는 현상을 빚어내고 있다.

대구시내 한 대형소매점 관계자는 "값을 내렸으면 지난해보다 더 많이 사가야하는데 한사람이 장바구니에 담는 양이 지난해보다 감소, 지난해 매출을 따라잡기도 힘든 상황"이라며 "최근 매출은 지난해보다 오히려 못한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매출부진의 원인과 관련, 대구시내 유통업체들은 ▷물가의 가장 기준이 되는 기름값 폭등으로 가계가 전반적으로 씀씀이를 줄이고 있고 ▷부동산 및 주식시장 경기 침체로 각 가계 부(富)의 감소 효과가 심각하며 ▷글로벌 경기 침체라는 뉴스가 잇따라 터져나오면서 가계의 심리적 위축이 크다는 점을 들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 7일 내놓은 3월 소비자 전망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 기대지수는 전달보다 3.4포인트 하락한 99.7을 나타내 1년 만에 처음으로 기준치(100)를 밑돌았다. 이는 6개월 뒤 경기, 생활형편, 소비지출 수준 등이 현재보다 좋아질 것으로 보는 가구보다 그렇지 않을 것으로 보는 가구가 더 많다는 뜻이다.

또 향후 경기를 가늠할 수 있는 경기선행지수(지난해 같은달과 비교)도 3개월 연속 하강 곡선을 그리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우리 경제가 내수를 중심으로 경기가 완만하게 둔화하는 조짐을 나타내고 있다"며 우리 경제가 '경기둔화 국면'에 진입했음을 인정했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도 지난 8일 국무회의에서 "내수가 너무 위축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내수가 위축되면 서민이 더 어려워지는 만큼 내수가 너무 위축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국무위원들에게 주문했다.

이 대통령이 내수 활성화를 언급한만큼 총선 이후 경기 부양 조치가 나올 것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일단 계속해서 동결됐던 금리가 이르면 다음달쯤 인하조치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금리가 인하되면 기업대출이 늘어나고 이를 통한 재투자를 통해일자리가 만들어지고 동시에 개인소득이 증가하며, 개인소비도 늘어나는 선순환 고리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이명박 정부의 공약인 '감세 조치'도 법 개정을 통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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