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교육청 마당에 예쁘게 망울을 터뜨리던 목련이 한 줄기 바람에 잎을 떨어뜨렸다. 흩어진 꽃잎들을 보며 '혜진·예슬법' 이야기가 생각났다.
이 좋은 봄날 펼쳐든 신문에서는 왜 피다가 진 아동들의 소식이 연이어 불거져 나오는가. 안양에서의 그 끔찍한 소식을 끝으로 다시는 슬픈 이야기를 듣지 않게 되길 바랐다. 그런데, 또 폐쇄회로 TV에 폭력을 행사하는 장면이 공중파를 탔다.
대통령이 관할 경찰서를 찾고, 법률가들은 관련법의 처벌 규정을 강화하기로 했고, 언론은 '안전한 사회'에 대한 우려와 기대를 쏟아내고 있다. 세상이 그토록 떠들썩하게 '안전'을 구하려고 하지만, 하교 시간 초등학교 교문은 자녀를 데리고 가려는 부모, 친지들로 가득하다.
안타깝게도 동네 아이들끼리 시골길을 한 시간씩 걸어서 등하교하던 시대는 지났다. 등굣길 논두렁 학교도 없어졌고, 하굣길 물장난을 치던 시대도 지났다. 자칫 하면 골목에서 티 없이 맑게 웃는 아이들의 모습을 볼 수 없게 될지도 모를 형편이 되었다.
사회가 물질적인 성장을 이룩할 때 사회 구성원의 정신적인 성장이 동반되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 나라는 정신을 가다듬을 여유도 없이 성장해 왔다. 그 결과가 아픈 소식으로 나타나는 것이리라.
특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목적만 달성하려는 세상 풍토, 물질 만능주의의 팽배, 가정 교육의 부재 등으로 '교양 있는 시민의 자질'을 함양할 수 없었던 사람들이 점점 많아진 탓도 클 것이다.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지식 교육에 매달리는 한 앞으로도 이런 문제는 더욱 커질 것이다. 뉴질랜드에서는 초등학교 저학년 과정에서 '나의 이런 행동은 남을 불편하게 한다' '내가 이런 생활을 할 수 있는 것은 다른 많은 사람들 덕분이다'는 것을 알게 하는 사회성 교육을 2, 3년 동안 시행한다고 한다.
범죄자들에게 중형을 가하거나, 전자팔찌를 채우는 일도 중요하다. 지역마다 CCTV를 설치하고, 방범을 강화하는 일도 중요하다.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감성 교육, 정서 교육 등을 통해 '사람끼리 소통하는 사회'를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
나와 다른 점을 '차이'로 인식할 줄 아는 사람으로 길러야 한다. 남보다 뛰어난 부분이 있다면 그들 덕분임을 아는 겸손한 사람으로 길러야 한다. 조금 부족한 사람들에게 과시 않고 베풀 줄 아는 지혜로운 사람으로 길러야 한다.
이런 일들은 학교 힘으로만 할 수 없다. 가정은 물론 지역사회, 개인은 물론 관련 단체 모든 분들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 지금, 우리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힘을 모으지 않으면 밝은 미래는 없을 지도 모른다.
박정곤(대구시교육청 장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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