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신문의 날…오정상 매일신문 경남 함양지국장

입력 2008-04-07 10:26:27

"우째서 매일신문에 이렇게 푹 빠졌는지 나도 모르겠어"

"매일신문은 내 삶의 절반이었어!"

경남 함양에서 매일신문 깃발을 꽂고, 무려 31년째 지국을 지키고 있는 오정상(82) 지국장. 강산이 세번 바뀌어도 가실 줄을 모르는 팔순의 지국장이 털어놓은 매일신문 사랑은 차라리 눈물겹다. 그가 '매일 맨'이 된 것은 지난 1977년.

스무살의 나이로 경찰에 투신해 함양경찰서에서만 내리 30년 가까이 근무하다 퇴임을 하면서부터다. 경찰관 재직시 6·25 전쟁과 여순 반란사건 등 격동의 현대사를 몸소 겪은 산증인이기도 한 그가 매일신문을 특별히 사랑하게 된 동기는 이렇다.

"논설을 비롯한 신문의 보도내용이 당시 상황을 가장 정확하게 대변했습니다. '정론직필하는 유일한 신문'이었지요. 그때부터 매일신문에 푹 빠져버렸지 뭡니까." 그의 매일신문 자랑은 듣는 기자가 무색할 정도이다.

그래서 타 신문사들의 유혹을 뿌리칠 수 있었고, 함양지국의 불가사의한 역사도 있는가보다. 한때는 지국장이 기사를 쓰던 시절도 있었다고 한다. 경남권 지역신문에 밀리지 않게 기사 송고를 했고 알짜배기 구독자도 늘려갔다. 지국 수입도 짭짤해 4남 2녀를 키우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고 한다.

거창 가조면이 고향인데도 함양에서 더 오랜 세월 살아온 그는 "경찰관으로 근무하는 동안 인심을 잃었다면 벌써 고향으로 도망갔을 것"이라며 "어려운 사람들 편에 선 것이 신문확장에도 큰 보탬이 되었던 것 같다"고 회고했다.

그동안 타 언론사의 유혹도 많았다고 한다. "타도지보다 경남지를 돌리면 부수도 많고 수익도 많을텐데…"라고 꼬드겼지만 그때마다 "한번 매일은 영원한 매일…"이라며 애써 돌려보내곤 했다는 것이다. 그렇게 '매일신문 사랑' 뚝심 하나로 담당기자도 없는 경남지역 변방(?)에서 수백부가 넘는 판매실적을 지금껏 유지하고 있다.

"거창·함양지역 담당기자가 있던 몇해 전까지만 해도 부수가 정말 괜찮았다"는 그는 "내가 살아있는 동안만이라도 이곳에 매일신문 깃발이 계속 펄럭일 수 있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매일신문을 끝까지 지키는 지국장으로 남겠다'는 신념이다.

그것이 30여년을 하루같이 매일신문을 구독해온 지곡면 공배리 문범수(67)씨 같은 애독자에 대한 보답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젊은 시절 인근 합천 황강백사장 등지에서 벌어진 씨름판에서 황소를 따올 만큼 장사로 이름도 날렸던 그는 10여년 전 사고 후유증으로 다리가 많이 불편하다.

그래서 함양에서 함께 살고 있는 넷째 아들 장택(48·관광운수업)씨가 "이제 그만하세요"라고 숱하게 권유했지만, "신문 지국은 내 생명"이라며 손을 내젓는다. 대구에서 시외버스 편으로 발송되는 신문을 수령하기 위해 오토바이에 몸을 실은 오 지국장은 "우째서 매일신문에 이렇게 푹 빠져버렸는지 나도 모르겠어!"라고 환하게 웃었다.

합천 거창·정광효기자 khjeo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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