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상용 대구경찰청장 "하교시간 경비인력 배치할 것"

입력 2008-04-07 07:00:50

"신문·방송을 보니 사설경비원이 초등학교 앞을 지키고, 아이들 사이에선 호루라기 같은 호신도구가 인기라고 하더군요. 경찰로서는 부끄러운 일입니다."

우예슬·이혜진양 납치 살해 사건, 일산 초등 여학생 성폭력 미수 사건 등 최근 잇단 아동 대상 범죄로 국민들의 분노와 불안감이 어느 때보다 높은 요즘, 주상용(56) 대구경찰청장은 참담한 심정을 토로했다. 3일 오후 대구경찰청에서 열린 '아동 보호 대책 브리핑'을 한 시간여 앞두고 만난 주 청장은 '치안 수장(首長)'으로서의 안타까움도 내비쳤다. "서울의 한 구청에서는 사설 경비원 40명을 고용해 학교 앞 경비를 맡겼더군요. 경찰이 국민들의 신뢰를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는 말 아니겠습니까."

주 청장은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의 불안감 해소를 위해 범죄로부터 아이들을 지키는데 모든 힘을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 대구경찰청은 이날 회의에서 경찰청이 지시한 아동 보호 대책에 더해 여러가지 실효성 있는 대책들을 제시했다.

주 청장은 먼저 각 초등학교마다 경찰, 의경 등 5, 6명씩의 경비인력을 하교시간 학교 주변과 주요 통학로에 배치하겠다고 했다. 학교 앞과 통학로는 아동대상 범죄가 가장 빈번하게 일어나는 장소로 손꼽히고 있다. 대구 초교가 현재 211개인 것을 감안하면 1천여명 이상의 경찰 인원이 필요하지만, "다른 분야에 경비병력을 줄이더라도 그렇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어린이 안전을 위한 CCTV 설치도 대폭 늘리겠다고 했다. 학교앞 뿐 아니라 통학로, 놀이터, 학원 앞 등에도 CCTV를 설치하겠다고 약속했다. 현재 대구 각 구·군청이 설치한 방범용 CCTV는 600여개. 주 청장은 "경찰서장들이 직접 구청들과 협의에 나서 CCTV를 늘리겠다"고 말했다. 현재 놀이터 등에는 CCTV 설치가 전무해 범죄에 무방비인 상태다.

주 청장은 이외에도 어린이들이 자주 다니는 학교 앞 문방구, 음식점, 슈퍼마켓 등 주변 업소를 '어린이 안전 지킴이 집'으로 선정하겠다고 약속했다. 초교생들이 위급 상황에 맞닥뜨릴 경우 이 곳으로 피난해 신고 등 도움을 요청하도록 하겠다는 것. 아동 범죄 발생시 대응 수칙 등을 담은 입간판도 통학로나 놀이터 등에 설치하겠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주 청장은 경찰서, 지구대에 근무하는 직원 교육을 철저히 하겠다고 했다. 일산 초등생 엘리베이터내 폭행 및 납치 미수폭행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 소홀' 논란에 대해서는 "절대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라고 힘줘 말했다. "저도 현재 시내 경찰서를 방문하고 있고, 경찰서장들도 지구대를 순회하면서 긴장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대낮에도 불안해서 제대로 길을 다닐 수 없다면 누가 경찰을 신뢰하겠습니까." 대구경찰청은 7일 오전 '아동 보호 대책 브리핑'을 갖고 행정기관, 학교, 학부모 등의 적극적인 동참을 호소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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