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데이)벌써 주민등록증 받는 아들

입력 2008-04-05 07:31:57

별빛 아래 단잠에 빠져있을 사랑하는 아들에게.

아들아, 며칠 전 주민등록증을 발급한다는 통지서가 집으로 왔네.

아직은 어린 소년 같은데 넌 어느새 이렇게 컸니? 생각해 보면 넌 어렸을 적 유난히도 열에 약해 엄마 속을 무던히도 태웠지. 한밤중 온몸이 불덩어리인 너를 업고 경대병원 응급실로 뛰어간 적도 여러번이었고, 입원해야 하는데 병실이 부족해 응급실 간이침대에서 밤을 새운 적도 있었지. 그때는 가슴 졸이며 건강하게 자라주기만을 소원했는데, 고등학교 2학년이 된 네게 엄마는 이것저것 요구와 잔소리가 많아진 것 같다. 미안하다. 그리고 고맙다.

무엇보다 건강하게 자라주어 고맙고 좋은 성적에 의대 갔으면 하는 엄마의 은근한 바람을 단호히 물리치고 남들이 기피한다는 이공계 과학도의 길을 가고자 하는 어릴 적 꿈을 버리지 않고 밀고 가는 너의 '의지'가 고맙다.

힘들고 어려운 길임을 알지만 정말 하고 싶은 공부를 해 보겠노라는 너의 '고집'을 존중한다.

네 인생의 책임자는 온전히 바로 너 자신임을 잊지 말고 너의 선택에 책임을 지고 최선을 다해 그 속에서 기쁨과 보람을 찾길 바란다.

아들, 네가 태어난 봄은 겨우내 꽁꽁 얼었던 땅속에서 새싹이 고개를 내밀 준비를 하고 있다가 살며시 얼굴 내미는 달이야. 만물이 살아나기 시작하는 봄, 너도 두터운 겨울 외투를 벗어버리고 배움의 길에서 새롭게 거듭나며 너의 부족함을 알고, 그 부족함을 채워 너의 20대를 향한 희망을 준비하길 바란다.

사랑하는 아들, 오늘은 네 생일이구나. 생일 축하한다. 집에 있으면 미역국이라도 끓여줄 텐데…. 오늘 기숙사 식단에 미역국이 들어있으면 좋겠구나. 아들, 엄마 마음 알지.

누가 뭐래도 사랑한데이∼ 알랴뷰.

윤경숙(대구 수성구 상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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