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참 편해졌다. 학교급식으로 도시락을 살 일이 없으니 말이다.
어릴 적 엄마가 손수 만들어진 도시락의 추억을 요즘 아이들은 느낄 수 없으니 한편으로 아쉽기도 하다.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 엄마는 항상 학교 앞으로 도시락을 가져다 주셨다. 자식들에게 따뜻한 밥 한끼를 먹이고 싶어하는 모정이셨다. 늘 학교 앞 슈퍼마켓에 도시락을 맡겨 두셨는데 정문을 나서 도시락을 가지러 갈 때면 알게 모르게 가슴이 두근거렸다.
'오늘은 어떤 반찬일까?' 함께 손을 잡고 가는 친구도 덩달아 신나 했다. 엄마는 그 당시 아주 귀한 반찬들이 많이 싸주셨다. 야채소시지, 고기를 갈아 넣은 볶음밥 등. 깍두기, 김치, 마른반찬 등을 주로 싸오는 친구들에게 늘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하나같이 친구들이 나와 밥을 먹으려고 난리였다. 왕 소시지를 하나씩 건네 줄 때면 친구들의 얼굴에는 함박웃음으로 가득했다. 아마 내가 학교에서 인기가 좋았던 것은 엄마가 정성스럽게 싸준 도시락 때문일 지도 모른다. 어린 친구들은 나보다 나의 도시락 반찬에 탐이 더 났을 것이다^^.
하루는 도시락에 쪽지가 함께 놓여져 있었다. 엄마의 편지였다.
"사랑하는 정아, 늘 밝게 건강하게 자라줘서 고맙다"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어린 나이에게도 엄마가 직접 써준 편지는 참 뭉클했나보다. 아직도 그 편지를 보관하고 있으니 말이다. 가끔 서랍장에서 편지를 꺼내 보는데 지금 봐도 마음이 따뜻해진다.
유년시절, 엄마가 싸준 도시락은 그냥 도시락만이 아니었다. 정성과 사랑이 함께 담긴 소중한 것이었다. 아마, 별탈 없이 내가 자란 것은 엄마의 정성이 담긴 '사랑'을 먹고 자라서일 것이다.
유은정(대구 동구 신천3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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