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의료계가 수도권 대형병원들의 잇따른 몸집 키우기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수도권의 대학병원 등 대형병원들이 암 센터 개원, 병원 신·증축 및 리모델링 등 앞다퉈 병원 확장에 나서면서 대구지역 병원들은 환자 유출이라는 후폭풍을 걱정하고 있다.
'빅5'로 불리는 수도권 대형병원들의 확장 경쟁에 다른 대형병원까지 가세해 올해부터 수도권에 5천여개 병상이 추가로 생겼거나 생겨날 예정이다.
삼성서울병원의 경우 올해 초 암 환자 전용 병상 652개를 갖춘 암 센터를 개원했고, 서울아산병원도 내년 초 665개 병상 규모의 암 센터를 갖출 예정이다.
서울대병원도 내년 1월 외래 단위 암 센터를 개원한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과 가톨릭서울성모병원도 각각 300, 500개 병상 규모의 암 환자 전용 병상을 마련할 계획이다.
여기에 성모자애병원 1천개 병상, 중앙대병원 400개 병상, 가톨릭중앙의료원 1천200개 병상, 한림대의료원이 800개 병상을 증설할 계획이다.
이 중 수도권 병원들의 암 환자 전용 병상만 해도 2천200개가 새로 생겨나는 셈이다. 이는 경북대병원, 영남대병원, 계명대 동산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 대구파티마병원 등 대구 '5대' 병원의 전체 병상 수 4천300개의 절반이나 된다.
이에 따라 환자 유출, 수입 감소 등을 걱정하는 지역 의료계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대구 의료계는 수도권 병원의 암 환자 전용 병상 증설로 최대 25% 정도의 수입이 줄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대구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심근경색, 뇌졸중 등 우리나라 급성기 질환 병상 수는 이미 초과 공급 상태에 접어들었는데도 불구하고 수도권 대형병원에서 경쟁적으로 대규모 확장에 나선 것은 지방 환자까지 싹쓸이하겠다는 것"이라며 "이들 병원의 신·증축이 모두 끝나면 문제가 심각해질 것"이라고 경계했다. 이럴 경우 안동, 구미, 포항, 마산 등의 종합병원들도 대구지역 병원에 환자를 빼앗기는 연쇄 타격이 예상된다.
수도권 대형병원들이 인력 확보에 대거 나서면서 지역 간호 인력도 빠져나가고 있다. 이들 병원들은 '입도선매'하듯 졸업을 앞둔 간호과 학생들을 미리 확보하고 있다. 지난해 말 서울 '빅5' 중 한 병원의 경우 지역 한 대학에 올 2월 졸업예정이던 75명 중 40명을 미리 요구해 이 중 33명을 채용했다. 대구과학대 간호과 신정자 학과장은 "지난해 9월쯤 이미 졸업 예정자의 절반에 해당하는 100명이 서울대병원 암 센터 등 수도권 병원에 취업했다"고 전했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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